문화·스포츠 문화

도나 후앙카 등 신진작가 발굴…동시대 감수성으로 MZ 사로잡아

[글로벌 화랑, 어디까지 가봤니]

②페레스 프로젝트

루이비통이 '픽'한 도나 후앙카 전속화랑

2002년 美 샌프란시스코서 개관

현재는 베를린이 거점…韓 지점도

도나 후앙카의 '액술 액스(Axul Axe)' /사진제공=페레스 프로젝트도나 후앙카의 '액술 액스(Axul Axe)' /사진제공=페레스 프로젝트




미술사에서 여성은 늘 소외됐다. 도구이자 대상이었고, 약자였다. 볼리비아계 미국인 여성작가 도나 후앙카(42)는 이런 고정 관념에 반발했다. 반라의 여성 모델이 온 몸에, 강렬한 색채의 페인트를 칠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게 했다. 행위예술의 과정을 촬영한 후, 이를 콜라주 해 캔버스로 옮기고는 붓 아닌 손을 이용해 채색한다. 남성적 응시를 비틀었고, 여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후앙카와 협력해 리미티드에디션 ‘아티카퓌신’ 가방을 제작했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부터 중국 유즈 미술관까지 각국에서 개인전이 열렸고, 뉴욕 구겐하임과 런던 자블루도비치 컬렉션 등이 작품을 소장했다. 내년 이후 한국에서의 미술관 개인전도 준비 중이다. 이 작가의 뒤를 한결같이 지켜준 화랑, 페레스 프로젝트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비에르 페레스 페레스 프로젝트 대표. /사진제공=페레스 프로젝트하비에르 페레스 페레스 프로젝트 대표. /사진제공=페레스 프로젝트



쿠바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하비에르 페레스는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나쁠 것 없는 삶이었지만 늘 한구석이 허전했다. 거의 모든 가족이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예술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과감히 결심한 그는 2002년 샌프란시스코에 자신의 성(性)을 딴 ‘페레스 프로젝트’를 개관했다. 그림을 사고 파는 일보다, 작가에게 더 큰 전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첫 전시를 한 작가가 베니스비엔날레까지 나가는 것을 지원하면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LA로 옮겼다. 지금의 거점은 독일 베를린이다. 개관 20주년인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지점을 마련했고, 4월에는 첫 번째 아시아 지점으로 서울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갤러리를 열었다. 아트페어 참가를 계기로 5년 전부터 한국 컬렉터들과 교류하기 시작한 페레스 프로젝트는 현재 한국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규 고객 확장세가 가장 큰 갤러리로 꼽힌다. 도나 후앙카의 작품은 아트페어 출품 때마다 매번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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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갤러리의 강점은 신진작가 발굴 역량이다. ‘뜰’ 작가를 미리 알아본다는 얘기다. 페레스 대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갤러리의 목표는 현대미술과 문화의 미래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지원하는 것”이라며 “미술사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되는 예술가들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고 잠재력 있는 작가의 초창기 작품을 선보이고 그 기회를 컬렉터들과 나누는 게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 도시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의인화 하는 개성파 작가 라파 실바레스(35), 여성성에 대한 고민을 초현실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영국 작가 레베카 애크로이드(35), 작곡과 오페라 각본까지 섭렵한 다재다능의 리처드 캐네디(38), 그림 속 건축적 요소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솔로몬 크라우스(35) 등이 대표작가다. 동시대적 감수성이 충만하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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