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尹, 교육 통해 ‘공정 회복’ 힘써야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대통령 취임 100일 최악 지지율

‘만 5세 입학’ 등 정책 혼선이 자초

계층이동 사다리 온전히 되살릴때

국민 신뢰 얻고 정권도 성공할 것






윤석열 정부의 취임 100일간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100일 무렵 지지율이 대부분 50% 이상이었고 무려 83%까지도 나타났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처한 현실은 우려를 넘어 위기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심정은 한국 대표팀이 2002 월드컵 직전까지 축구 경기에서 연속해서 5 대 0으로 대패해 ‘Mr. 오대영’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붙던 히딩크와 같지 않을까. 하지만 히딩크는 자신만의 독특한 리더십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면서 국민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에도 초반의 어려움을 앞으로 남은 4년 8개월 동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조국 사태로부터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입시 부정과 불공정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면서 탄생한 정부이다. 정권 재창출에 교육 이슈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수천 만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 가족들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런 국민적 열망을 잘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자질 논란부터 섣부른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정책 발표로 혼란만 가중되면서 결국 박 장관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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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무렵 뜬금없는 ‘수능 절대평가’ 강행으로 교육계에 혼란을 일으켜 물러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실패와 데자뷔되고 있다. 박 장관과 교육부의 만 5세 입학 논란 이후 부실한 대응은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서남수 장관이 컵라면 먹다 경질된 최악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히딩크가 ‘Mr. 오대영’이라는 별명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간단하다. 당시 한국 축구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실력보다 연고 위주, 소통보다 선후배 간 위계 강조, 기초 체력보다 승패에 집착하는 문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교육 현안의 해결책도 기존에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과감히 개혁해나갈 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남은 집권 기간 동안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면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교육정책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우선 국민이 조국 사태를 통해 내로남불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키면서 기대했던 교육을 통한 공정 회복, 교육의 계층 이동 사다리 기회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초심으로 돌아가 윤석열표 교육정책이 무엇이었는지 차분히 재점검해 남은 기간 동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만 5세 입학 같은 교육정책 혼란으로 갈팡질팡하는 사이 전 세계는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반도체·생명과학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이민법을 고쳐서라도 외국의 우수 인재를 데려오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나마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이 지금이라도 발표된 것은 다행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은 국민 모두의 행복이고 실패는 곧 국민의 고통을 넘어 암울한 미래가 될 것이다. 히딩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쏘아 올렸듯 윤석열 정부가 분골쇄신의 노력을 기울여 ‘교육 기적’을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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