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당정, 저소득층 바우처 50%↑…지출 줄이되 사회약자 예산 늘린다

[당정 내년 예산안 협의]

추경호 부총리 "올 추경안 지출 규모보다 대폭 낮게 유지"

장애인 고용장려금 20%↑·농축수산물 할인쿠폰 2배 확대

국가채무 개선 과정서 '복지 후퇴' 비판 사전차단 포석도

권성동(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욱 기자권성동(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욱 기자




국민의힘이 24일 구직 프로그램에 지원한 청년들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는 ‘도약준비금’ 예산을 신규 반영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확대하고 저소득 장애인에게 월 5만 원씩 교통비를 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힘을 실으면서도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성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국민의 삶과 미래 세대를 위한 예산’이라는 기조 아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려달라고 기획재정부에 당부했다. 특히 국민의힘의 증액 요구는 청년과 장애인 예산에 집중됐다. 기재부 역시 ‘건전재정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도 취약 계층에 지원을 집중해달라는 당의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새 정부 첫 예산안 편성에서 ‘청년’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했다. 재정건전성 확보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복지 후퇴’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방침대로 총지출 규모는 줄이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복지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성 정책위의장은 “(경제위기 상황이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예산을 편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와 미래 세대에 대해서는 재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예산을 최대한 반영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인 2023년도 예산안에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 담겨야 한다”며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으로 ‘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전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민생을 돌보는 요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와 ‘촘촘한 취약계층 지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출 규모 축소를 공식화했다. 그는 “(2023년도 예산의) 총지출 규모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총지출(679조 5000억 원)보다 대폭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재정준칙도 조속히 확립해 정부 임기 내내 (재정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추 경제부총리는 “이러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예산 편성의)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이에 필요한 재원은 국가채무에 의존하지 않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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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청년’과 ‘장애인’ 예산 증액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삼성이나 SK 같이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구직 프로그램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며 “구직 단념 청년을 대상으로 한 도약 지원 프로그램도 신설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국민의힘은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청년 임차인을 대상으로 보증보험 가입비를 월 6만 원 지원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2030 지지층 이탈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맞춤형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성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여당은 장애인 고용장려금 인상과 저소득 장애인 교통비 지원 신설도 주문했다. 현행 30만~80만 원 지급되는 장애인 고용장려금의 경우 하한을 20%, 상한을 10% 인상(36만~88만 원 지급)한다. 기초생활보장 대상 중증 장애인에게만 월 5만 원씩 지급되던 교통비를 저소득 장애인 전체에게 지급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새 정부 취임 이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가 재개되는 등 장애인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욱 기자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욱 기자


내년도 예산안에는 고물가·고유가 대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를 50% 인상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수혜 대상을 2배 이상 확대하는 방식이다. 경영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25만 명분의 채무조정 예산도 반영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농업직불금 지급 조건을 완화해 약 56만 명의 농민에게 직불금을 추가 지급한다. 최근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필요성이 부각된 대심도 빗물 터널 설계 예산도 2023년도 예산에 편성하기로 당정이 합의했다. 성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첨단 전략 산업 지원 △탄소 중립 시대 대비 △국민안전시스템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예산도 면밀히 살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당의 요구를 반영해 2023년 예산안 편성을 마무리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9월 2일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성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예산 총지출 규모에 대해서는 “오늘 증액을 요구한 안건들이 다 반영된 뒤 정확히 추계를 다시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국무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기재부에서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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