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은 전 직원 76명 중 59%가 20대로 평균 나이가 29세다. 20세 개발자 직원도 3명 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SW)마이스터고 출신으로 졸업하기 전 회사에 취업했다. 스캐터랩 관계자는 “회사 내 개발자들만 따지면 평균 나이가 더 낮아진다”며 “AI 챗봇 문화에 익숙한 젊은 개발자 인재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캐터랩은 21살 여대생으로 설정된 ‘이루다 2.0’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이 SW마이스터고 출신의 고등학생 개발자를 발굴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업체들이 대졸 경력 개발자들을 흡수하며 스타트업에서는 개발자 구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3년간 산학 맞춤형으로 교육받은 후 바로 취업하려는 SW마이스터고 고등학생과 스타트업의 수요가 서로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동욱 대덕SW마이스터고 산학협력부 담당교사는 “졸업생 중 90%가 스타트업으로 간다”며 “큰 기업에 가면 보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비해 스타트업에서는 수평적 문화에서 서비스 개발에 바로 직접 투입되다 보니 학생들 선호도 높다”고 말했다. 스캐터랩에서 백엔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정우영(20)씨도 “나이·연차를 떠나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자유롭게 일하는 문화가 끌렸다”고 했다.
SW마이스터고는 전국에 4곳(대덕·대구·광주·부산)이 있는데 지난해 개교한 부산SW마이스터고를 제외하고 매해 80~97%의 취업률을 기록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SW분야 핵심인재 조기 양성을 내걸고 2015년 대덕SW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개교를 지원해왔다. SW마이스터고는 애초에 진학이 아닌 취업을 목표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비·기숙사비 전액 면제, 노트북 제공 등의 혜택이 있다. 3학년 재학생들은 채용형 현장실습을 통해 스타트업, 은행, 공공기관 등에 2~3달 파견 나간다. SW마이스터고 관계자는 “개발자는 실제 프로젝트 경험이 중요한데 컴퓨터공학과 4년을 거친 학생들은 이론 중심 학점을 채우거나 팀플하는 경우 팀장이 혼자 이끄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서는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하며 끊임없이 프로젝트 경험을 하고 교사들이 달라붙어 뒤처지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 학교 모두 졸업생 80여 명 중 한 자릿수를 제외하고 모두 개발자로 취업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현장 경험을 쌓으며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훈련된 SW마이스터고 인재에 눈독 들이고 있다. 대덕SW마이스터고의 경우 올해만 120개 넘는 곳에서 200여 명의 구인 의뢰가 들어왔다. 한 학년이 80여 명이라 요청을 다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SW마이스터고 출신을 고용했는데 만족스러워 더 추천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SW마이스터고 관계자는 “개발자 몸값이 높아지다 보니 학생들은 졸업도 전 취업을 확정 짓고 최소 3000만원대 연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삼성SDI, 토스페이먼츠, 은행권 등 취업자도 배출하다보니 대기업 구인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 한 SW마이스터고 교사는 “스타트업에서 3년간 경험을 쌓고 대기업으로 옮겨 벌써 억대 연봉을 받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 방안을 내놓으며 IT·SW분야 마이스터고를 시도별로 1,2개씩 더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SW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정부의 개발자 부족 문제 해결 의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취업을 중시하는 마이스터고에서는 실무 경험이 있는 산학협력교사가 가르치는데 이에 대한 확충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판교 등에서 일했던 개발자가 지방에서도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기업에서 원하는 건 ‘잘하는’ 개발자인데 무작정 수만 늘렸다가 개발자 하향평준화를 불러 기업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마이스터고를 안 좋게 보는 인식을 바꿔 우수 인재가 많이 진학할 수 있게 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