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규모 이상 사업에 대해 의무적으로 진행됐던 환경영향평가의 적용 기준이 앞으로 대폭 완화된다. 아울러 기업 활동을 제한하던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위험도에 따라 관리 기준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환경 규제 혁신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환경부는 △닫힌 규제에서 열린 규제 △획일적 규제에서 차등적 규제 △명령형 규제에서 소통형 규제 △녹색사회 전환을 선도하는 규제 등 규제 혁신의 네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핵심은 환경영향평가 완화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여부 자체를 판단하는 스크리닝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소규모 공원이나 농로 조성 등 환경 영향이 미미한 사업들이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올해 실시한 풍력발전의 ‘원스톱’ 허가와 비슷한 방식이다. 환경부는 스크리닝 제도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평가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환경영향평가에서 수십 년간 누적된 평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원전 업계에서는 현재 환경영향평가 중인 신한울 3·4호기의 평가 기간이 더 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제도 개선으로 환경영향평가가 내실화되고 평가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폐기물·화학물질 관련 규제도 개선된다. 화학물질은 물질의 유해성에 따라 취급 시설 기준, 영업허가 등의 규제를 차등 적용한다. 화학 사고 위험이 낮은 저농도 납 등 만성 독성 물질은 취급 시 안전 관리 의무를 일부 완화하는 대신 인체 노출 빈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인체와 접촉할 경우 즉시 사고로 이어지는 고농도 황산 등 급성 독성 물질은 취급·보관 시 강력한 안전 관리 의무를 요구하는 식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화평·화관법 개정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