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저지에 앞장섰던 김후곤(사법연수원 25기) 서울고검장이 26일 사의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원석(27기) 검찰총장 후보자와 함께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에 올랐던 3인이 모두 검찰을 떠나게 됐다.
김 고검장은 이날 "사직은 오래 전부터 고민했는데 이제 나갈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원석 총장이 중심이 되어 조직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을 떠날 뜻을 밝혔다. 지난 22일 여환섭(24기) 법무연수원 원장과 이두봉(25기) 대전고검장에 이어 김 고검장은 이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고검장은 1996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임관 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조실장 등을 지냈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김 고검장은 온화한 인품과 강인한 리더십으로 검찰 후배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검수완박 입법 국면에서 검찰 내 반대 움직임을 이끌고,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반발해 이복현 당시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 등 후배 검사들의 사직행렬이 이어지자 “아직은 더 남아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다독이는 등 검찰 내 ‘큰 어른’의 행보를 보였다.
후배 검사인 이원석 차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경쟁 후보 3인이 일제히 용퇴하면서 검찰 고위급의 줄사표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세 사람을 포함해 검사장급 이상 중 이 후보자의 선배·동기 기수가 19명에 이르는 만큼 추가 사퇴 표명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이 후보자가 선배·동기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려 “조직의 안정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며 용퇴를 만류했지만 후배·동기의 지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의를 고심 중인 고위급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가 총장에 오른 뒤 공석이 된 대검 차장검사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도 관심사다. 이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지만 나이가 적은 주영환 대구지검장이 물망에 오른다. 또 대검 감찰부장과 법무부 법무실장 등 일부 검사장급 인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두 보직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비검찰 출신들로 채워졌지만, 다시 검사들로 채워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