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금리인상에 한숨 커진 청년들] "이자 부담에 대출 엄두 안나…내집 꿈 멀어졌다"

"아파트가격 크게 떨어지지 않고

대출 진입 장벽만 높아져" 불만

주식·코인 등 투자 일부 영끌족

대출 상환 부담 커져 부실화 우려

2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2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일 또다시 인상한 가운데 “내 집 마련의 길이 더 멀어졌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집값은 여전히 높은 반면 금리가 계속 오르자 청년들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2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연이은 금리 인상에 대해 청년 세대 사이에서는 “아파트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반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대출 진입 장벽은 대폭 높아졌다”는 볼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테크를 통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길이 갈수록 막히고 있어서다.

직장인 최 모(31) 씨는 “집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시세를 보면 아직도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높다”며 “금리가 낮을 때는 투자나 재테크로 돈을 불려보겠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박 모(29) 씨는 “이른바 ‘영끌족’들이 죽을 쑤는 모습을 보면 대출이든 투자든 엄두가 안 난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투자는커녕 생활비를 줄이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인 하락세이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주공아파트의 경우 80㎡ 기준 5년 전 2017년 8월 평균 매매가가 4억 1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달 8억 2000만 원으로 급등한 뒤 이달 8억 3000만 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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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면적의 강서구 등촌동의 한 주공아파트도 평균 매매가가 4억 4000만 원에서 지난해 8억 4000만 원으로 폭등했고 이달 9억 2000만 원으로 소폭 올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모두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았던 곳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사지도 팔지도 않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강서구의 공인중개사 A 씨는 “구매자들이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는 소릴 듣고 드물게 찾아와도 애초 특정 가격 이하로는 팔려고 하지 않으니까 거래 자체가 안 되고 있다”며 “경기가 안 좋다고 말하지만 막상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은 코로나19 기간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덩달아 투자를 늘린 탓에 금리 인상의 여파가 더 크게 다가온다고 호소한다. 직장인 권 모(29) 씨는 “지난해 대출을 늘려 주식과 코인에 투자를 했던 게 역으로 화살이 돼 돌아오고 있다”며 “지난 2~3년간 집값이 너무 빠르게 올라 적기를 놓치면 평생 투자 기회를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부동산·주식·코인 등 자산 가격 급등에 덩달아 투기에 뛰어든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은커녕 대출금 상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취약차주 비중은 올 1분기 말 6.9%에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17.1%로 나타나 총 24.0%에 달했다. 취약차주는 다중 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이거나 7~10등급 저신용인 사람들을 말한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잠재 취약차주 4명 중 1명은 2년 안에 취약차주로 전락하는 추이를 보여왔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자산 가격 조정 등이 맞물리면 청년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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