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폐플라스틱 수거 환경 열악…영세업체에만 맡겨선 안 돼”

■김태진 SK이노환경기술연구센터 소장 인터뷰

美·유럽선 AI기술까지 접목시켜

대규모 처리 시스템 도입하는데

韓은 속도 느리고 선별조차 못해

다양한 플라스틱 규격도 개선을





국내 화학 업계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폐플라스틱 수거 환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해 플라스틱을 대규모로 처리하는 공장이 조성된 반면 한국에서는 영세 기업들이 수거 업무를 도맡다 보니 한번에 대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조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화학 업계가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세우더라도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이 충분하지 않아 시장 성장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진(사진) SK이노베이션 환경기술연구센터 소장은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양질의 폐플라스틱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플라스틱을 제대로 수거할 수 있는 환경이 국내에 마련돼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으는 ‘수거’ 단계, 재활용할 플라스틱을 고르는 ‘선별’ 단계, 마지막으로 ‘재활용’ 단계 등 크게 세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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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한국에서는 영세 업체들이 쓰레기를 수거·분류하다 보니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재활용할 만한 플라스틱을 선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원료가 되는 플라스틱을 균일한 품질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환경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열악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플라스틱이 선별돼 폐플라스틱 회수율이 높다. 반면 한국에는 이 같은 대규모 시설이 부재한 실정이다. 국내 플라스틱은 복합 재질이 많은 데다 수거·선별 사업도 영세한 규모로 진행돼 양질의 폐플라스틱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폐플라스틱 수거·선별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영세 업체들은 되레 폐플라스틱 수거·선별 업종을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중소기업만 선별 사업을 영위할 경우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석유화학 업계 측의 주장이다. 만약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면 최소 3년, 길면 6년까지 대기업의 진출이 원천 차단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대규모 폐플라스틱 처리 시설의 설립이 요원해지면서 시장 선진화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플라스틱 규격이 지나치게 다양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의 경우 페트 생산 가이드라인이 있어 균일한 품질의 플라스틱 수거가 가능하다. 김 소장은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용이한 반면 국내에서는 여러 성분이 섞인 플라스틱이 많다”면서 “정부가 플라스틱 규격 등을 좀 더 단순화하는 정책을 마련하면 플라스틱 재활용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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