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책임져야 할 국민의힘이 헌정 사상 초유의 대혼돈 상태에 빠졌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등의 당권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법원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여당이 자중지란으로 그야말로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신냉전과 블록화 속에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이 벌어지면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몰려오고 있다. 이런데도 여당은 집권 110여 일 내내 내분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과거 정권과 야당 탓만 해왔다.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시기에 집권당은 도대체 위기 의식이라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당헌 당규를 정비한 뒤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하고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윤리위원회의 조속한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책임론’이 제기된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는 사태 수습 후 의총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그동안 ‘검수완박’ 합의, ‘내부 총질 당 대표’ 문자 공개 등으로 내홍을 증폭시킨 권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국민의힘은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사를 새 원내대표로 선출하고 절차적 흠결도 없애야 한다. 물의를 빚은 ‘윤핵관’들도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당을 흔들어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하는 행태를 접을 때가 됐다. ‘자기 정치’를 멈추고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사주 의혹 등 자신의 허물부터 돌아봐야 한다. 야당 지지층과 ‘이대남’에게 기대는 팬덤 정치와도 거리를 둬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웰빙당’ 체질을 버리고 정권 교체의 의미를 실현하는 나라 정상화, 반도체산업육성법 등 경제·민생 관련 입법에 앞장서야 한다. 여당이 다음 총선에서 또 소수당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뼈아픈 반성과 전면 쇄신을 하고 야당을 설득하면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