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기간 특정 건설사들이 '벌떼 입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를 싹쓸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LH로부터 제출받은 'LH 공공택지 관련 업체 당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호반건설·대방건설·중흥건설·우미건설·제일건설 등 5개 건설사가 총 178필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건설사가 낙찰받은 필지를 살펴보면 호반건설이 18필지(2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미건설 17필지(25.3%), 대방건설 14필지(20.8%), 중흥건설 11필지(16.4%), 제일건설 7필지(10.4%)가 뒤를 이었다.
'벌떼 입찰'은 위장 계열사를 대거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공공택지 청약은 한 필지당 수백억원의 수익이 기대돼 건설업계에서는 '로또'로 불릴만큼 관심이 놓다.
호반건설 등 주요 건설사가 ‘벌떼 입찰’을 통해 LH 공공택지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거느린 계열사를 통한 IP 물량 공세 덕분이다. 5개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의 수는 △호반건설 36개 △중흥건설 47개 △대방건설 43개 △우미건설 41개 △제일건설 19개로 총 186개에 달한다. 이는 최근 3년간 LH 공공택지에 당첨된 업체 수인 101개사 보다도 많은 숫자다.
강 의원은 "계열사를 통한 IP 물량 공격이라는 기울어진 청약 제도로 인해 공공주택을 낙찰받은 ‘벌떼 입찰’ 건설사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며 "이는 지난 10년간 업계 순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호반건설은 업계 순위 13위(2012년 32위)로 성장, ‘벌떼 입찰’ 건설사 중 순위가 가장 높았다. 또 중흥건설은 17위(2012년 347위)로 순위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강 의원은 "근본적 문제는 국토부가 벌떼입찰 업체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자료에서 "수년간 처벌과 조사 권한이 없어 제도 개선만 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국토부가 수년간 처벌과 조사 권한이 없다는 변명으로 솜방망이식 제도 개선만 하는 동안 이들 업체는 무한성장을 했고, 건설 시장경제는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LH가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최근 3년간 당첨업체 101개사 중 81개 업체가 문제가 있다고 국토부에 보고한 만큼, 형식적 제도 개선에 그쳐선 안 된다"면서 "복수계열사의 무더기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1사 1필지' 등 확실한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벌떼 입찰'에 대해 제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벌떼 입찰' 폐해를 지적한 강 의원의 질의에 "전반적인 제도의 개선과 함께 잘못된 필지들에 대한 제재 방안 또는 환수 조치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근본적인 제도 마련과 함께 이미 벌떼 입찰로 받은 택지들에 대해 아직 전매를 안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제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