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016360)이 강북과 일산 지점 6곳을 합쳐 초대형 복합센터로 마련한다. 주요 증권사의 지점 통폐합 및 대형·복합화 물결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비대면 투자가 급증하면서 지역별 지점에서 올리는 수익이나 고객 유인 효과가 비용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면서 증권사들이 지점 재편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서울 강북과 경기 북부 권역에 있는 6개 지점을 하나로 통합한 초대형 복합 금융센터를 10월 초 새롭게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강북금융센터를 중심으로 이촌·마포·상계·합정 지점과 경기 일산 지점이 하나의 대형 센터로 합쳐진다. 새로 문을 여는 강북금융센터(가칭)는 자산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상담전용센터’와 공모주 청약 등 단순 업무 처리를 돕는 ‘금융지원센터’, PB들이 시장·상품 연구를 진행할 독립된 사무 공간인 ‘PB오피스센터’로 구성될 계획이다. 지역별로 고객을 응대하던 과거의 지점 운영 형태에서 벗어나 기능별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증권사의 지점 통폐합 및 대형·복합화 추세는 비대면 투자 활성화로 최근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북금융센터·강남금융센터·삼성타운금융센터 3곳을 2016년부터 운영하다가 올 초에는 3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SNI지점과 기업금융지점 등 3개 지점을 한곳에 모은 판교금융센터를 개소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올 초 강남대로2PB센터와 강남대로1PB센터의 통합을 결정한 데 이어 3월에는 압구정PB센터와 청담영업소를 합쳐 기존의 2배(920㎡) 규모로 확장 개점했다. NH투자증권 역시 강남대로WM센터와 교대역WM센터를 통합한 강남금융센터를 이달 열었다. 전용면적만도 924㎡(약 280평)에 이르는 대형 점포로 증권 업계 최초로 평일 오후 7시까지 상담 시간을 확대하고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증권사들은 지점 대형화의 이유로 경쟁력 강화를 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등 비대면 서비스로 대부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지점까지 찾아오는 고객들은 깊이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며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대형·복합 점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핵심 인적 자원인 PB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대형 점포가 이점이 많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대형 금융센터는 PB들의 밀집도가 높아 고객 대상 세미나 개최에 유리할 뿐 아니라 교육도 자주 진행할 수 있어 PB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또 PB 간 공동 상품 개발과 마케팅도 원활히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지역 기반 영업 지점의 효용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지점을 통해 유입되는 신규 고객 수가 크게 줄었다”며 “예전처럼 비싼 임대료를 내고 지점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분위기 속에서 증권사의 국내 지점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가 운영 중인 지점 수는 2019년 말 1026곳에서 올 상반기 909곳으로 줄었다. 2019년 말 63곳이었던 삼성증권의 지점 수는 6월 말 기준 44곳으로 30% 줄었으며 10월부터는 39곳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대면 서비스 관련 인력의 증가로 임직원 수는 2019년 말과 비교해 오히려 5%가량 늘어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