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경기 북부에 대규모 국립 화장장 건립을 추진한다. 화장이 일반적인 장례 문화로 자리 잡고 급격히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도 경기 북부 지역에 화장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사(葬事) 시설을 혐오 시설로 보는 만큼 건립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29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 북부 지역에 국립 장사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지로는 북부 지역 중에서도 화장터가 전무한 의정부·남양주·동두천·포천·양주 등 경기 동북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기 서북부 지역의 경우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을 그나마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사 시설에는 화장터뿐 아니라 사회 공헌자 및 복지 대상자 공영 장례·안장 시설 또한 포함될 예정이다.
전국에 있는 화장 시설은 총 60개 소(화장로 376기)로 화장로 1기당 평균 14만 여명이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대 다수가 지방에 위치해 인구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서울시 화장 시설은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초구 서울추모공원 두 곳뿐이다.
두 곳의 화장로는 34기로 서울시와 고양·파주시 인구가 1106만 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화장로 1기에 33만여 명이 의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기도도 화장 시설이 4개 소(화장로 48기)에 그쳐 화장로 1기가 인구 25만여 명을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전부 경기 남부권에 소재해 경기 북부 거주자들이 이용할 화장터가 없는 상황이다.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거나 지방으로 ‘원정 화장’을 떠나야 하는 형국이다. 서울시 소유인 시립승화원은 서울과 고양·파주 시민의 경우 10만 원만 내고 이용할 수 있지만 이외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려면 그 10배인 100만 원을 내야 한다.
화장이 이제 일반적인 장례 문화로 자리 잡았고 노인 수가 급증하면서 화장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화장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 화장률은 89.9%로 사망자 10명 중 9명꼴로 화장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과 경기의 경우 각각 화장 비율이 92.0%, 92.6%로 평균보다 높았다.
올 3~4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일어난 ‘화장 대란’도 화장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 제때 화장을 하지 못하면서 강제로 6일장을 치르고 냉장고가 부족해 상온에 시신이 방치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화장터가 ‘혐오 시설’로 인식되는 만큼 국립 화장장 건립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장사 시설의 필요성에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화장장 건립 등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가평시는 포천시·남양주시와 함께 광역 화장장을 유치하려 하지만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로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천시 또한 시립 화장장 건립을 두고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