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내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한도를 30억 달러로 늘려 잡았다. 외평채는 외화 조달을 위해 발행하며 마련한 자금은 외환보유액으로 운영된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가 설정한 내년 외평채 발행 한도는 30억 달러다. 필요 시 30억 달러 내에서 외평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평채 발행 한도가 30억 달러 이상으로 설정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2009년 외평채 한도를 60억 달러까지 높였다가 2010년 이후 20억 달러 이하로 관리해왔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올해 계획한 외평채는 10억 달러 수준인데 내년에는 3배로 늘린다”며 “대외 리스크 요인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외평채 한도를 늘려 잡은 것은 외환시장의 불안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50원을 넘어서는 등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이후 달러 초강세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은 더 커졌다. 위기 시 원화 가치를 방어할 수 있도록 당국으로서는 실탄을 넉넉히 준비해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올해 계획한 10억 달러의 외평채를 발행하지 않는 대신 내년 대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도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30억 달러는 한도일 뿐이며 실제 발행 규모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