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지역 화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특정 지역에 정책의 효과가 한정되는 지역 화폐의 특성상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별도로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는 쪽이 맞다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의석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거야(巨野)에서 반발하면서 관련 예산이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기재부가 30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윤 정부는 내년도 예산 가운데 지역 화폐에 배정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사용되고 효과가 커지는 것은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온전한 지역 사업”이라며 “정부가 지역 화폐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긴급한 소요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순위라 판단해 이번 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많은 지자체가 지역 화폐 사업을 각자 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 투입 예산 삭감됐다 해서 지역 화폐가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일부 지자체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혜택을 축소하거나 발행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사업의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지역 화폐 사업이 본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지역 화폐 사업은 지난 2018년 군산·거제·고성·영암 등 고용·산업위기 지자체에 한정해 국비로 지원됐다. 지역 소비를 진작해 당시 조선업 경기 불황 등 산업 위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소상공인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관련 예산은 2021년에는 1조 2522억 원까지 급증했다. 고용·산업위기 지자체 대다수가 이전보다 경제 상황이 좋아졌고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도 이제 회복된 만큼 지역 화폐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지역 화폐 사업이 야당 대표인 이재명 의원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는 앞서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지역화폐 확대를 추진해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연간 50조원 목표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현재 민주당이 국회의석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업에 힘을 쏟으리라는 예측이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지역 화폐 발행 예산으로 2403억 원을 편성했지만 민주당의 반발로 국회를 거치면서 6053억 원으로 증액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