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티즌들이 ‘심심(甚深)한 사과’라는 표현을 잘못 해석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등 젊은 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교육부가 2024년부터 순차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기초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선택과목에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을 신설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국민 참여 소통 누리집에 공개했다. 교육과정 시안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올해 말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최종 확정·고시된다. 이번 교육과정은 201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4년부터 초교 1·2학년,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 중고교에 순차 적용된다.
교육과정 시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국어 과목에서의 초등학교 기초 문해력 교육 강화다. 한글 해독과 기초 문해력 교육 강화를 위해 초등학교 1·2학년의 국어 시수를 기존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34시간 늘린다. 전체 수업 시수를 확대하지는 않고 입학 초기 적응 활동 단계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재배치해 국어 시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어과 영역에서 ‘매체’ 과목도 신설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일환으로 글의 실질적 의미를 파악하고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까지 키우는 것이 목표다. 고등학교 선택과목에는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을 신설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한다.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에서 ‘문해력 강화’에 주안점을 둔 것은 문해력을 포함한 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고2 학생의 국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 77.5%에서 2020년 69.8%, 2021년 64.3%로 줄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4%에서 7.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중3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 역시 82.9%에서 75.4%, 74.4%로 내리막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문맹률은 1% 정도지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역량을 측정하는 문항의 정답률은 25.6%다. OECD 평균(47.4%) 이하 수준이다.
실제로 글을 잘못 해석하는 해프닝이 잇따르면서 젊은 세대의 문해력 문제가 사회적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한 카페는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썼는데 네티즌들은 매우 깊고 간절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의미의 ‘심심(甚深)’을 ‘지루하다’라는 의미로 잘못 이해해 카페 주인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이 밖에도 사흘을 ‘4흘’로 읽어 4일로 받아들인다거나 ‘무운(武運)을 빈다’의 의미를 ‘운이 없기를 빈다(無運)’고 이해하는 등 비슷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해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는 디지털·영상 매체의 확산이 꼽힌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의 등장으로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와 영상을 가까이하면서 긴 글이나 책보다는 짧은 글과 영상에 익숙해졌다는 분석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영상 매체 이용 증가 등의 원인으로 문해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다 보니 국어 시간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며 “문해력 문제는 국어 과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과목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모든 과목에서 독서 활동 등을 강화해 어휘력을 확장하고 핵심을 파악해내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