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천재 시인 김숭겸·최전을 아시나요

■'지역 고전학 총서' 첫 발간

지만지한국문학, 문학사 최초

지역 漢詩 시인 400명 재조명

"전국 학문지도 만들 초석 닦아"





관복암 김숭겸(1682∼1700)은 19세에 요절한 조선 시대의 천재 시인이다. 그는 문장가이자 유학자로 명망이 높았던 농암 김창협의 아들로 태어나 주로 경기 양주에서 활동했다. 불과 13세부터 19세까지 지은 시만으로 조선 시문학사에 족적을 남겼다. 그는 강물과 새, 계절 변화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서정 세계를 일궈 냈고 지인과 함께 한 뒤에도 결국 홀로 남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고적함을 드러냈다. 실학자인 청장관 이덕무가 재기로 볼 때 조선 초기 문학자이자 서화가인 취헌 김유보다 월등하다고 평했을 정도다. 하지만 김숭겸의 작품은 오늘날 조선 시대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던 문인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고립된 외딴섬’으로 치부돼 존재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지역의 한시(漢詩) 시인 400명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시도가 이뤄진다. 최근 발간된 ‘지역 고전학 총서’(지만지한국문학 펴냄) 10권은 그 첫 작업이다. 이 중 ‘양포 유고’(경북 문경)는 양포 최전(1567~1588)이 22세에 요절하기 전까지 남긴 시 100여편 등을 묶었다. 최전은 율곡 이이의 제자로 신동으로 유명했고 신흠, 이항복, 이정귀 등이 당나라 시인 이백에 견주었을 정도다. 명나라에서도 그의 시집은 절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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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김숭겸의 ‘관복암 시고’, 평생 관직에 진출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던 전익구의 ‘가암 시집’(경북 예천), 통도사의 선승 구하 스님의 ‘금강산 관상록’(경남 양산), 영남 학풍을 계승하려 애썼던 홍여하의 ‘목재 시선’(경북 상주), 유학을 통해 국권 회복을 이루고자 했던 조정규의 ‘서천 시문선집’(경남 함안), 호남 선비 황윤석의 ‘이재 시선 1’(전북 고창), 울산 최초의 대과 급제자였던 이근오의 ‘죽오 시선’(경남 울산), 일제 강점기에 한문학을 풍성하게 했던 하겸진의 ‘회봉 화도시선’, 근대 한문학자인 정재화의 ‘후산 시문선집’ 등으로 구성됐다.

출판사측은 “영남학·호남학·기호학 등 지역 고전학을 폭넓게 발굴해 체계적으로 연구·발간하는 기획은 우리 문학사에서 처음”이라며 “서울 중심의 관방학자(정부 방침을 대변하는 학자)들의 글을 주류로 받아들이던 풍토에서 벗어나 한국문학의 진수를 새로운 시각으로 살피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정우락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강정화 경상국립대 한문학과 교수, 박순철 전북대 중문학과 교수,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등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총서는 지역별 주요 학자들과 각 지역 도시의 학맥을 중심으로 학문의 연원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을 우선 선정했다. 김승룡 교수는 “각 지역의 문화 자산 발굴에 그치지 않고 이를 학문적으로 축적해 지역 고전학의 초석을 닦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최대 400종까지 확대해 전국적인 학문 지도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만지한국문학은 현재 번역 중인 조선 선조 때 문인 조수도(경북 청송)의 ‘신당일록’ 등 14종을 내년 상반기에 2차 ‘지역 고전학 총서’로 출간할 예정이다. 각 권 186~604쪽. 각 권 1만8800~3만6800원, 세트 22만4000원.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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