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월 미국 출장을 두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이 출장에서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을 만나지 못 했다며 '푸대접'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고, 한 장관은 차관보와 회담을 했다면서 '충분히 예우를 한 회담'이었다고 응수하면서다.
김 의원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장관을 상대로 미국 출장 문제에 대해 질의를 했다.
한 장관의 미국 출장 일정표를 화면에 띄운 김 의원은 "6월 29일~7월 7일까지, 미국에 머물러 있는 7일 동안 미국 현지 사람을 만난 건 6월 29일, 6월 30일, 7월 5일 3일 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 4일은 공쳤다. 출장비를 4800만원 쓰셨는데, 미국 현지인을 만난 건 3일뿐이니 하루에 1600만원 쓴 꼴”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원래 (미국)법무부 장관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출국 이후 무산이 됐다. 속된 말로 빵꾸가 났다. 언제 아셨냐"라고 한 장관에게 질문했고, 한 장관은 "미국 법무부 장관의 치료 일정을 여기서 공개하는 건 부적절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에 모든 미국 국민들이 볼 수 있게 띄워놨다. (미 법무부 장관이) 전립선 비대증 수술을 받느라고 한 장관과 못 만났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수술은 7월 7일이었고, 한 장관과 만나기로 한 건 7월 1일이었다. 6일 전"이라며 "굉장히 아픈 줄 알았는데, 의사에게 물어보니 국소마취하고 30분 만에 끝나는 수술이라고 하더라. 한 장관을 미국까지 오게 해 워싱턴까지 왔는데, 약속을 취소했다. 너무 큰 결례 아니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저의 (출장의) 주된 목적은 FBI였다"며 "제가 구체적인 사정을 말할 수 없지만 7월 11일 이후 다시 날을 잡아 달라고 재요청이 왔다. 그런데 제가 그때까지 남아있을 수 없으니 (무산됐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어 "미국 법무부 장관이 한 장관을 우습게 봤다"면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일개 장관'이라고 표현했는데, 얼마 전 최강욱 민주당 의원과의 대화에서는 스스로 '일국의 장관'에게 말을 함부로 한다고 화를 내셨다"며 "그렇게 자존심이 강한 분인데 전립선 비대증 수술 때문에 만남을 거부당한 걸 미국 정부에 항의하셨냐"고 물었다.
해당 질문에 한 장관은 "여기서 미국 법무부 장관 질병 이야기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1대7로 회담을 했고, 상원 인준을 받는 차관보다. 그분들이 제게 충분히 예우를 했다"고 응수했다.
이에 김 의원은 한 장관의 출장 사진을 띄우면서 "법무부 장관을 못 만났으면 '넘버2'라도 만나야 되는 거 아니냐. 차관도 못 만났다. 그래서 만난 게 서열로는 순위권 밖인 차관보"라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 서울남부지검과 기능·역할이 비슷한 미국 남부검찰청 관계자를 만났고, 만난 장소에 메모지와 볼펜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의원님. FBI 국장 만난 건 사진에서 쏙 빼셨다. 제가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봐달라. FBI 국장 일정 자체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가서 가상화폐, 한미 간 진행된 현안 등을 어떻게 공조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실용적인 답을 내가지고 왔다"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한 장관은 자신이 만난 인물들이 연방 범죄 수사 핵심 담당자들임을 강조하면서 "이 정도로 핵심적인 인물들과 연쇄회동을 한 적이 없을 것"이라며 "물론 제가 무슨 국격을 자랑하러 가고 그런 게 아니라 '프랙티컬'(실용적인)한 이유로 간 것이다. 충분히 국격에 맞는 회담을 하고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질의에서 김 의원은 한 장관의 미국 출장 목적을 두고 "항간에 도는 말이 딸 문제와 처조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갔다는데…"라며 해명을 요구하자 한 장관은 "푸하하"라며 작은 소리로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