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발전자회사 10곳에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운영자금 분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한전이 설립·운영자금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올해 30조 원가량의 영업 손실이 예상되는 한전이 관련 법에 근거해 한전공대를 지원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7월 19일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사 10곳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출연 분담금 납부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한전은 해당 공문에서 ‘전력그룹사는 한전공대 설립에 관한 기본협약서에 따라 한전공대 출연금을 분담 출연하고 있다’며 분담금 납부를 요청했다.
공문에 따르면 전력그룹사 출연 분담액은 1124억 원으로 이 중 한수원은 5%가량인 56억 2000만 원을 한전공대 계좌로 납부해야 한다. 한전이 이번에 10개 자회사에 분담하도록 한 한전공대 운영 비용은 404억 6400만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앞서 한전은 2020년 한전공대 1차 분담금(총 600억 원) 중 한수원을 비롯한 남부·남동·중부·서부·동서발전 등 6개 사에 전체 분담금의 각 5%씩을 갹출하도록 한 바 있다. 또 한전KPS(2%), 한전KDN(2%), 한전기술(1%), 한전원자력연료(1%) 등에도 한전공대 설립 비용을 독촉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최근까지 한전공대에 출연한 자금은 총 1129억 원 규모로 파악된다.
더 큰 문제는 한전이 2031년까지 70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한전공대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에 필요한 자금 1조 471억 원 중 6210억 원을 부담해야 하며 향후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최대 2591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또 2031년까지 필요한 한전공대 운영 비용 5641억 원 중 지자체 부담분 20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전기요금에서 3.7%를 따로 떼 적립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출하거나 한전 측이 부담해야 한다. 발전 공기업들이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및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등으로 비용 부담이 급등하는 와중에 한전공대에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한전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28조 5000억 원 늘어난 165조 8000억 원으로 국내 기업 중 1위다.
한전공대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공대는 이전 정권이 사실상 호남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설립됐다. 최근 정교수 평균 연봉이 일반 대학 대비 1.7배 높은 2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포항공대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제 몫을 하는 와중에 한전공대 설립으로 교육예산을 ‘중복 투자’ 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회사채를 발행해서 이자를 갚는 ‘빚 돌려 막기’로 겨우 버티고 있는 와중에 한전공대에 지금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한전의 수익원이 국민에게서 받은 전기료라는 점에서 결국 이전 정권의 대못 정책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