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100% 국산인 수소버스를 꺼리고 중국산이 절반을 차지하는 전기버스 도입을 선호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수소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전기버스보다 2배 이상 높다 보니 지자체들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수소버스 도입을 꺼리고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소버스 보조금에 대한 국비 부담을 늘리고 지자체 부담을 대폭 낮춰 국내 자동차 산업 및 수소산업 생태계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중 단 3곳만이 수소버스 구매보조금에 대한 민간 공모를 진행해 총 23대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했다. 반면 전기버스는 40곳의 지자체가 공모를 실시해 1249대에 대해 보조금이 지급됐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전기버스를 위주로 보조금 신청을 받아 세금을 지출한 것이다. 이 가운데 중국산은 470여대로 추정된다. 앞서 2020년에도 수소버스는 단 2곳의 지자체가 공모를 받아 19대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 반면, 전기버스는 24곳의 지자체가 488대(중국산 160여대 추정)에 지급했다.
이처럼 지자체가 수소버스를 외면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수소버스에 대한 보조금 규모가 전기버스보다 2배 가까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수소버스에 대한 기본보조금은 3억원이며, 지자체가 이 중 절반인 1억5000만원을 부담한다. 전기버스의 경우 보조금이 1억6000만원이며 지자체 부담은 8000만원으로 수소버스의 절반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보조금 부담이 절반에 불과한 전기버스를 선호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충전 문제에다 지방 재정 부담도 수소버스가 더 크다보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수소버스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자체의 전기버스 선호 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수소버스 보급은 더딘 반면 중국산 전기버스는 반사이익을 보는 역설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이 친환경 버스 도입을 늘리면서 국내 전기버스 도입 대수는 2019년 550대, 2020년 1013대, 2021년 1271대 등으로 급증했고, 이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 비중은 2019년 26%, 2020년 34%, 2021년 37.5%로 급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체 896대의 전기버스가 도입됐으며 이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42.3%로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에 지급된 보조금은 650여억원에 달하며 올해에는 1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값싼 중국산 전기버스를 선호하자 중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국내 버스 운송 1위 기업인 KD 운송그룹은 최근 중국 대형전기버스를 수십대 들여왔고, 2위인 선진그룹도 자회사를 통해 전기버스를 대거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수소버스 보조금에 대한 지자체의 부담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수소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수소버스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전액 국비로 지급해 지자체 부담을 없애주거나 적어도 수소버스와 전기버스에 대한 지자체의 보조금 부담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은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방식을 철저히 자국 산업 보호라는 관점에서 설계하는 반면 우리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100% 국산인 수소버스 보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