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론스타 외에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1조 원대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사건 등 수조 원대 소송 6건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 전초전인 중재의향서를 보낸 곳도 6곳이나 되는 만큼 정부가 진행해야 할 ISDS는 10건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는 총 10건이다. 이 가운데 론스타 ISDS를 포함해 4건은 종료됐고 6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진행 중인 사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2018년 7월 엘리엇이 제기한 7억 7000만 달러(약 1조 10억 원, 이하 달러당 1300원 기준) 규모의 소송이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다. 다른 미국계 헤지펀드인 메이슨캐피털매니지먼트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이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억 달러(약 2600억 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승강기 업체 쉰들러홀딩아게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1억 9000만 달러(약 2470억 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글로벌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한 ISDS도 진행 중이다. 2020년 7월 한 중국인 투자자는 국내에서 수천억 원대의 대출을 받은 후 이를 갚지 않아 담보를 상실한 뒤 우리 정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1억 5000만 달러(약 1950억 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이듬해 5월에는 또 다른 외국인투자가가 부산시 재개발 사업에 따른 토지 수용으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며 537만 달러(약 70억 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란 다야니 가문이 배상금을 빨리 지급해달라는 취지로 두 번째 ISDS를 제기했다. 다야니 가문은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계약금이 채권단에 몰수되자 935억 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청구 금액 중 730억 원 상당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정부는 대이란 제재 및 금융거래 제한으로 배상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ISDS가 앞으로 10건 이상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ISDS를 제기하려는 측은 통상 중재 제기에 앞서 상대 정부에 협상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서면 통보인 중재의향서를 보낸다. 중재의향서 접수 후 90일이 지나고 나면 실제 중재 제기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보낸 뒤 정식 중재 제기를 하지 않은 사건은 총 7건이다. 이 중 합의로 종료된 1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향후 중재 제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