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아무도 모르는 '마음 속 폭풍' 들여다보기

■가장 사적인 마음의 탐색

김인구 외 4인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세상에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자주 우울하고, 불안하며, 때로 분노한다. 신문사 문화부에서 일하는 저자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우울, 분노, 나르시시즘, 콤플렉스, 집착, 번아웃, 행복, 사랑 등 때로는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때로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마음 속 폭풍을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뇌과학자 정재승,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하지현·김건종,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가수 핫펠트, 방송인 홍석천을 만났고, 각자가 추적했던 마음들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 곱씹었다. 개인적 삶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의 지형’을 그려 보인다. 평범하면서도 새로운 조언을 건네는 전문가들은 마음의 문제에서 중요한 건 ‘나 다움’이라고, 결국 각자가 찾아 나서야 하는 ‘나만의 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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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유정은 자기 객관화가 전제되지 않은 채, 그저 자존감과 자존심을 높이라는 조언만 팽배한 작금의 세태를 꼬집는다. 그중에서도 SNS의 셀피 문화를 지적하며 이상적으로 미화되고, 부풀려진 자아의 표상이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 역설한다. 정신과 전문의 김건종은 SNS에 난무하는 수백만 개의 해시태그를 관찰하며 왜 타임라인에서 타인의 행복은 쉬워만 보이는지, 왜 나만 불행해 보이는지 사유한다.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은 낮은 자존감을 잘 회복한 사람은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자기 허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낮은 자존감에 갇힌 사람들은 대체로 인생에서 제대로 사랑과 지지를 받아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정재승은 또 뇌과학으로 우울이란 감정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히며 뇌과학을 ‘마음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일컫는다. 그렇게 우울에 관한 객관적 진단 기준과 연구를 소개하는데, 예컨대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의 뇌는 일상의 작은 기쁨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세로토닌을 분비시키는 보상중추(측좌핵)의 활동이 줄어들어 버리며 무엇보다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전전두엽 기능이 떨어져서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왜곡된 판단이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은 ‘분노’ 자체는 유기체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임을 잊지 않는다. 대뇌피질 가장 아래쪽 부분, 변연계에서 처리되는 감정 중에서 위협을 느낄 때, 상대가 나보다 강자일 경우 공포를 느끼고, 약자라고 느낄 때 ‘분노’가 표출되듯, 분노와 공포의 뿌리가 같음을 지적한다. 일종의 자기 방어로서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는 것이다. 1만6500원.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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