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돌아온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글로벌 가전 업체들이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을 만방에 과시했다. 국뽕(?)을 배제하고도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주역은 업계 최대 규모 부스로 위용을 과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과 ‘신가전’으로 축약할 만했다.
2일(현지시간) 개막한 IFA 2022에는 전 세계 45개 국, 1100여 개 기업이 부스를 열고 참여했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행사인데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겹친 탓에 예년 대비 참가기업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의 열기는 예년 못지 않게 뜨거웠다.
국내 대표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전시장 북쪽과 남쪽에 대규모 부스를 운영해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의 연결성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노력을 강조했고 LG전자는 파격적인 가전 신제품을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보다는 올 초 미국 CES에서 소개한 신제품과 최근 발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Z폴드4·Z플립4’ 등을 소개하면서 제품 간 연결성에 주목했다. 전체 전시관을 7개의 주거공간으로 나눠 공간 별로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제품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장에서는 필립스의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필립스 휴’에 스마트싱스를 연결해 음악에 따른 방 환경을 조성하는 ‘뮤직싱크’ 서비스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곳에서 스마트폰으로 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를 재생하자 방 안의 조명이 자연스럽게 다채로운 색깔로 변하면서 파티 분위기를 연출했다. 감미로운 음색의 아이유 노래로 바꾸자 이에 맞게 조명이 바뀌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어떤 노래든 알아서 이에 맞춘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부스는 다른 가전업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개념의 가전제품이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전시에서 LG전자는 터치로 패널 색깔을 바꿀 수 있는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냉장고를 비롯해 신개념 신발 관리 가전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 등 다양한 신제품을 소개했다.
이중 슈케이스 제품의 경우 신발의 희소성에 맞춰 수집 욕구를 갖고 있는 고객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애장품인 신발을 기술적으로 관리할 뿐 아니라 ‘전시’ 개념까지 갖춰 높은 활용도가 높을 것이란 반응이다. 무드업 냉장고의 경우 ‘외관 색깔이 변한다’는 새로운 개념에 관람객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 대며 관심을 보였다. ‘반려 식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덧입힌 식물 재배 가전 ‘LG 틔운’과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등에도 관람객들이 몰렸다.
유럽 가전 제조사들은 ‘참신성’의 열세를 그동안 쌓아 온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로 만회하는 모습이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혁신적인 변화를 보였다기보다는 유럽 생활 특색에 맞춘 주방·생활가전을 앞세워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밀레, AEG, 샤프(SHARP) 등 가전업체들은 키친쇼를 진행하면서 실용성을 강조했다.
전체적인 전시회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친환경’이었다.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삼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밀레, TCL 등 글로벌 주요 가전업체들은 친환경 성과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주거 콘셉트인 ‘넷 제로 홈’을 통해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 배터리로 에너지를 생산·저장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실질 전기세를 ‘제로’(0)화 하는 개념을 제시했다.
LG전자는 유럽 최고 수준인 에너지등급을 더욱 높인 ‘2도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를 선보이고 ‘친환경 키친’을 전시하는 등 지속가능 성과에 대한 노력을 전했다. 밀레는 ‘파워 워시’ 기능을 통해 물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는 ‘넥스트 존’에 대거 자리 잡아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북측 입구 근처에 마련된 넥스트 존은 혁신적인 제품·솔루션·기술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설립 3~4년 이하의 스타트업 만이 주최 측 심사를 거쳐 참가할 수 있다. 매크로액트가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반려 로봇 ‘마이캣’은 안면·음성 인식 등으로 상대의 감정을 확인해 반응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클레온은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 인간을 만들어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이번 IFA에는 한국 기업이 130여 개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는 한국 기업의 약진”이라며 “친환경, 연결을 통한 고객 경험 확대 등이 이번 IFA의 주요 화두”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