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소액 주주에 자회사 주식 안주면 '물적 분할' 못한다

■ 금융위 '주주 권익 제고방안' 발표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주주보호 방안 미흡땐 제한

SK온·SSG닷컴 등 '빨간불'

물적분할 앞둔 기업들은

주식매수청구권 부여해야





SK온, SSG닷컴 등 모회사에서 물적분할된 자회사의 상장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오는 10월부터 모회사에서 물적분할된 자회사를 상장 시 주주 보호방안을 실천하지 않을 경우 거래소가 상장을 제한하게 되면서다. 주주 보호방안으로는 모회사 보유 자회사 주식의 현물배당 등이 거론된다. 이 경우 자회사 지분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상장을 추진할 모회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5일 입법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 ‘자본시장 혁신과 투자자 신뢰 제고로 모험자본 활성화’의 대책 중 하나다.

이번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물적분할 전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과 △물적분할 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주주 보호방안이 미흡하면 거래소가 심사해 상장을 못 하게 막는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는 물적분할을 앞둔 기업에, 주주 보호방안 마련은 이미 물적분할을 마친 기업 주주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아직 물적분할을 하지 않은 기업들은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당장 영향권에 든 기업은 물적분할 설(說)이 나오는 DB하이텍이다. 증권가에서 파운드리 사업 부문 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상장기업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할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길이 열린다. 만일 모기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협의가 불발될 경우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 청구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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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수청구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현행 주식매수청구권은 시장가격(물적분할 결의 이사회 전일부터 △1주일 △1개월 △2개월 간 가중평균한 주가를 산술평균)을 기준으로 이뤄져 기업이 고의적으로 주가 누르기에 나설 경우를 배제하기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은 LG에너지솔루션처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이라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가 어려운 일부 기업의 상장을 막는 데에 제한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시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됐다면 LG화학은 주식 매수에 수천 억 원을 써야했을 것이다”며 “이런 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기업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주식매수청구권 기준을 시장가격에서 공정가액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여당도 적극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물적분할을 마친 기업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앞으로 거래소는 물적분할 후 5년 이내에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모회사의 경우 주주보호 방안을 심사하고 미흡할 경우 상장을 제한한다.

구체적인 주주보호 방안으로는 △모회사 주주에게 모회사 보유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 △모회사 주식과 신설 자회사 주식을 교환하는 기회 부여 △배당확대·자사주 취득 등을 통해 자회사 성장 이익을 모회사 일반주주에 환원 등이 거론된다. 일반주주들은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해 달라는 요구를 집중적으로 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규식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모자회사 동시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50% 이상 배분한다”며 “모회사 주주 가치를 보호할 핵심 대책으로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거래소 상장 기준 개정을 10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개정 이전에 이미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도 분할 후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강화된 상장심사 제도가 적용된다. 2017년 10월 이후 물적분할된 기업도 포함되는 것이다. 2017년 10월 이후 모회사로부터 물적분할한 자회사는 SSG닷컴(2018년), SK온·카카오엔터테인먼트·HL클레무브(2021년), LS모빌리티솔루션·세아베스틸(2022년) 등이 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8월에 카카오로부터 물적분할해 이번 대책의 적용대상은 아니지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상장기업의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앞으로 물적분할 추진 기업은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의 구체적인 목적(구조조정·매각·상장 등)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물적분할 후 기대효과와 주주 보호방안도 이사회 의결 직후 3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특히 분할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일정 계획까지 공시해야한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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