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과 대출규제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20대와 30대는 아파트를 팔고 50대와 60대는 구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 전망 속에서도 2030세대는 이자 부담에 매수를 포기하거나 보유한 아파트를 처분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현금 여유가 있는 5060세대는 집을 사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입거래 건수는 1028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대 이하를 포함한 2030세대의 매입은 총 329건을 기록해 연령별 통계가 공개된 201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직전의 최저치였던 지난 3월, 총 1236건 가운데 503건을 2030세대가 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34.6% 감소한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20대(70건→55건)와 30대(433건→274건)는 각각 21.4%, 36.7%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506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건수는 늘어났다. 이들은 7월 한 달 간 293건을 매입해 지난 3월 252건보다 16.3% 많았다. 거래 건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50대와 60대 모두 서울 아파트 매입에 나서며 거래량은 50대(164건→178건) 8.5%, 60대(88건→115건) 30.7% 증가했다.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저연령층 매수세가 꺾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현금 여유가 있는 연령대의 매수는 늘어난 모양새다.
2030세대가 서울 주택을 파는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도인 현황(연령별)’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에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 등)을 처분한 사람 가운데 2030세대는 전체의 13.3%를 차지했다. 반면 7월 집합건물 매도인 중에서는 16.0%를 차지해 2.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도인 가운데 506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월 49.3%에서 7월 49.8%로 0.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2030세대와 5060세대의 부동산 매매 전략이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영끌’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2030세대의 부동산 매수세가 금리인상으로 타격을 받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금 동원력이 안정적인 5060세대는 영향을 덜 받은 것”이라며 “지난해 ‘패닉바잉’으로 2030 아파트 매수세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30세대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만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전국 생애 첫 부동산 거래자 26만 7066명 중 20대와 30대 매수자는 13만 3702명으로 전년(22만 5141명) 대비 40.6% 감소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