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 출신' 간판을 내걸고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범죄 행위가 미화되는 콘텐츠가 청소년들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신이 조폭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유튜버 A(35) 씨는 지난달 26일 ‘왕이 돌아왔다, 다들 준비해라’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지난 6월 부산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기소돼 복역하다 최근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은 열흘간 약 35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와 2800여 개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1000여 개의 댓글도 달렸는데 “이번에 학교 다녀오면 사고 치지 맙시다” “형님 출소 축하드립니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나지 마십시오” “부산 길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A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지난 5월 개설됐는데 구독자는 8만 명에 육박하고 누적 조회수는 3000만 회를 넘어섰다. 해당 채널에는 ‘죄를 지었으니 가야지’, ‘감방에서 방장 되는 법’, ‘교도소 어떠냐고?’, ‘싸움 알려준다’ 등 조폭 생활에 대한 내용이 담긴 영상도 다수 게재됐다. A 씨는 한 영상에서 “땅바닥도 찍어보고 해야지 이런 게 인생이다”라며 “조폭으로 지내온 인생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조폭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B 씨도 한 인터넷 방송에서 “땅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 선배 얼굴을 때려 퇴학당했다”며 “그렇게 계속 방황하다가 ‘(조폭) 생활’ 할 생각 없느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새긴 문신도 직접 보여주며 교도소 복역 '무용담'을 전하기도 했다. C 씨도 지난 3월 유튜브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지역 대장’으로 불렸다”며 당시 혼자서 선배 5명과 맞서 싸운 얘기를 전했다. 또 다른 이들은 실제 행인에게 시비를 걸거나 위압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인터넷 방송에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그동안 음지에서 활약하던 조폭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태다. 특히 인터넷 방송과 친근한 2030세대의 젊은 조폭들은 돈벌이의 목적으로 1인 방송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의 주된 시청자인 청소년들이 조직폭력과 같은 범죄 행위를 단순한 이야깃거리로 가볍게 여기거나 모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게다가 유튜브는 폭력적인 범죄 조직에 관련한 콘텐츠에 대해서 경고 조치 또는 채널 폐쇄 정책을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영상에 나온 유튜버의 폭력행위에 대해선 고발을 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방송을 그대로 내보내는 서비스를 제지하는 것에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직접적으로 방송 중단 등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 교수는 “주된 시청자인 20~30대가 이들을 추앙하는 경향을 보이다 자칫 범죄행위에 대한 비판 의식이 옅어지는 등의 악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