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새 총리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가 5일 당선 연설에서 “세금을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담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불평등 해소보다 성장’을 강조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제 침체 위기를 타개하려면 파이 나누기보다 파이 키우기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핵심 공약은 법인세 인상안 폐지 등 300억 파운드(약 47조 3000억 원) 규모의 강력한 감세 정책으로 기업 투자를 촉진해 영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의 와중에 주요국들은 감세 정책 경쟁을 벌여왔다.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은 줄어든 세금 부담만큼 투자를 더 해 생산과 판매·고용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법인세를 더 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세계 최저 수준(12.5%)인 아일랜드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6.3% 증가해 유로존(0.6%)의 10배를 넘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5.9%), 2021년(13.6%)에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감세 덕분에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어 법인 세수가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거대 야당의 벽에 부닥쳤다. 새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22%로 내려도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최고세율(21.5%)보다 높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재벌 특혜”라며 제동을 걸어 법인세 인하 법안의 국회 통과는 불투명하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최고 50%)도 기업의 발목을 잡기는 마찬가지다. 상속세 부담 탓에 가업을 승계하지 못해 멀쩡한 기업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법인세와 상속세 문제를 이대로 둔 채 민간이 주도하는 역동적 경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 최소한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같은 조건에서 뛸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