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3대 개혁의 시대정신과 현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연금·노동·교육' 손질 급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도도 과욕은 금물

정권 관계없이 장기적 계획 필요

윤석열만의 개혁 '큰그림' 그려야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개혁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일이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에 기울수록 개혁은 어렵고 개혁을 해도 질이 낮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에 대해 국민 여론을 살펴 초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개혁의 스케일이 크고 추진 방식은 민주적이지만 그만큼 난도가 올라간다. 역대 대통령들은 노동계 등의 반대로 괄목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해도 개혁을 추진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포퓰리즘이 판치면서 연금 개혁은 중단됐고 노동 개혁은 후퇴했으며 교육 개혁은 실종됐다. 선심성 복지가 판치고 교육과 노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거세지면서 재정과 고용은 악화됐다.



국민이 필요성을 실감하도록 개혁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3대 개혁은 상호 연계성이 크기 때문에 각각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성공한다. 연금과 노동·교육의 문제를 관통하는 단어는 일자리이고 일자리 악화는 국민이 절감하고 있다. 고학력일수록 취업이 잘되는데 우리나라 청년층은 정반대다. 대학 진학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대학생 3명 중 1명은 취업 사교육을 받고 대졸자 4명 중 1명은 실업자다. 고령층은 70세 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정부의 복지 지출 증가율도 가장 빠르지만 3명 중 1명은 빈곤층이다. 고용보호법도 선진국 중에서 가장 강력하지만 비정규직의 비율은 가장 많고 정규직과의 격차도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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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환경 변화는 시대정신을 만든다. 시대정신을 살려야 개혁이냐 아니냐의 선택이 분명해지고 개혁에 대한 반대를 누그러뜨려 초당적 개혁도 가능해진다. 고령화는 연금 개혁을, 디지털화는 교육 개혁을, 양극화는 노동 개혁을 요구한다. 자원의 무기화로 국제 질서까지 급변하기에 개혁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의 노후 자금인 연금의 고갈, 최고의 자원인 인적 자본을 키우는 교육, 삶의 토대인 노동의 황폐화가 빨라진다. 이런 문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확고할수록 야당과 노동계도 협력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협력하지 않으면 야당은 2024년 총선에서 재승리는 고사하고 참패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의지와 전략이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으로 3대 개혁의 빅 픽처를 보여줘야 한다. 핵심은 지속 가능한 연금, 취업에 도움 되는 교육, 공정하게 보상받는 노동을 어떻게 확립하는가에 있다. 또 개혁에 대한 시각을 기득권을 뺏는 네거티브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이익을 창출해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윈윈하는 포지티브 게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정부는 이해관계 당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고의 전문가들이 개혁 방안 마련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또 정부의 각 부처들은 원팀이 돼 개혁의 동력을 높여야 한다. 엉성하고 섣부른 개혁은 반개혁 세력에 빌미가 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좋은 개혁이라도 과욕은 금물이다. 우리나라는 혁신국가이면서 복지국가를 꿈꾼다. 이런 만큼 윤 대통령의 3대 개혁은 의욕적이다. 민주주의하에서 3대 개혁에 성공한 미국과 독일, 북부 유럽 등의 경험은 참고가 된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개혁을 정권에 관계없이 단계적으로 지속해서 추진했다. 개혁을 둘러싼 공방의 과정에서 국가 발전의 방향성도 확립됐다. 미국은 교육 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컸고 독일과 북부 유럽은 복지·노동 개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미국은 혁신국가로 나아갔고 독일과 북부 유럽은 복지국가의 전통을 지켰다. 윤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개혁에 대한 큰 구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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