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 90% 뚝…잠실 엘스 한달만에 3억 빠져

[깊어지는 부동산 침체]

◆매매·전셋값 최대 낙폭

노원·도봉 0.3%·송파 0.16%↓

서울 25개구 집값 일제히 추락

수도권·지방도 낙폭 확대 가팔라

금리인상 직격탄 주택 수요 멸종

집값 선행지표 전세·경매도 비상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 이어질것"






# “급매도 아니고 호가 중에 유독 낮은 급급매 거래조차 간혹 매수 문의만 있을 정도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임대차계약이라도 중개했지만 올해는 계약을 성사시킨 건이 하나도 없어요.” (서울 마포구 아현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 “구축 아파트 전용 84㎡를 팔기 위해 3주 전에 부동산에 내놓았는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신고가보다도 낮은 6억 2000만 원에 내놓았는데 근처 단지에서 5억 원대 거래가 나왔다고 해서 가격을 더 낮춰야 할지 고민입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집주인 B 씨)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며 매수 심리가 ‘소멸’ 수준으로 위축되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급급매’마저 거래되지 않으며 전국 아파트 값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세가격도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했으며 집값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년 동월 대비 9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요 위축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남도 수억 원씩 빠진다=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위 ‘똘똘한 한 채’로 불리던 서울 강남 일대 집값도 줄줄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31일 20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신고가(27억 원)보다 6억 5000만 원이나 하락한 가격이다. 7월 체결된 매매가격(22억 5000만~23억 4000만 원)보다도 2억~3억 원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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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 134㎡는 지난달 2일 42억 3000만 원에 손바뀜돼 직전 거래(5월, 49억 4000만 원)보다 7억 1000만 원 하락했다. 역삼동에 있는 ‘개나리SK뷰’ 전용 84㎡도 지난달 1일 27억 원에 거래돼 지난해 8월(28억 원)보다 1억 원 떨어졌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 ‘소멸’=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440건으로 전년 동월(4064건) 대비 89.2% 줄었다. 신고 기한(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이 남아 있지만 현장에서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포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매수 문의 전화는 현재 호가 중 최저가보다도 더 낮아지면 사겠다는 연락이 전부”라며 “매도자들은 다주택자 중과세도 유예 기간이 남아 있어 급하지 않다는 분위기이다 보니 IMF 때보다도 거래가 더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0.20%→-0.21%)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천(-0.29%)과 경기도(-0.22%)의 아파트 값 하락세가 이어지며 수도권은 2012년 9월 10일(-0.22%) 이후 10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지방(-0.11%→-0.13%) 역시 낙폭이 확대됐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8월 아파트 매매 거래는 2074건으로 전년 동월(1만 3525건) 대비 84.7% 감소했다. 상반기(2만 9334건) 기준으로는 2008년 하반기 세계 금융위기 때의 거래량인 3만 4537건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집값 선행지표도 하락세…침체 언제까지=집값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전세가격과 경매 낙찰가율도 모두 하락세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6% 내리며 전주에 이어 사상 최대 낙폭을 새로 썼다. 수도권(-0.20%→-0.21%)과 서울(-0.09%→-0.11%), 지방(-0.10%→-0.12%)을 가리지 않고 전세가격 하락 폭이 모두 커졌다. 부동산원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가중으로 반전세·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신규 전세 수요는 감소하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아파트 전세 거래는 8580건으로 전년 동월(1만 1343건) 대비 24.4% 줄었다. 전세 매물은 아실 기준 이날 3만 6504건으로 지난해 9월 8일(2만 3306건) 대비 56.6% 늘었다.

아파트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8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85.9%로 전달(90.6%) 대비 4.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9년 9월(84.8%)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률도 41.5%로 전달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 또한 4월 8.0명을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하락해 5.6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요 위축이 계속돼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민구 기자·양지윤 기자·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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