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년간 '사랑의 자장면' 무료대접…"기다리는 분들 위해 계속 해야죠"

◆'서울시 복지대상' 관악구 중화요리 봉사회 김동준 회장

친목 활동에서 출발해 나눔 확대

"고물가 부담되지만…봉사 지속"





“오랜 기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가 만든 자장면을 항상 기다리는 사람들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 요식업 종사자 친목 단체인 ‘관악구 중화요리 봉사회’의 김동준(59·사진) 회장은 20년 넘게 독거노인·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로 자장면 등 중화요리를 제공하는 봉사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관중회는 서울시가 이웃 사랑 실천으로 사회에 본보기가 되는 인물·단체에 2003년부터 매년 수여하고 있는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5일 수상했다. 관중회가 그동안 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대접한 중화요리는 총 6만 명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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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회의 봉사 활동은 김 회장을 포함한 지역 자영업자들의 친목 활동에서 출발했다. 김 회장은 2001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중화요리 전문점 ‘황금짜장’을 개업했다. 그는 “당시 봉천동에만 중화요리 전문점이 100곳이 넘었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 배달 후 수거를 위해 바깥에 내놓은 그릇까지 훔쳐갈 정도였고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 삭막한 분위기였다”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친목 단체인 관중회를 2002년 5월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막상 친목 단체를 만들어 몇 번 모이다 보니 모임을 유지해나갈 목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이왕에 모였으니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데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져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떤 봉사 활동을 할지 고민하던 김 회장에게 동네에서 자주 마주쳤던 이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우리가 파는 음식을 사 먹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우리의 역량을 발휘해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150~200그릇 정도로 시작했는데 지역에 소문이 나면서 요청이 많아지자 만들어야 할 음식 분량이 늘어났다.

그래서 많은 음식을 만들고 나눠줄 장소가 필요했다. 선의사회복지관(현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의 협조를 얻어 매달 둘째 주는 그곳에서, 넷째 주는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곳으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그렇게 하다가 2007년에는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까지 가서 주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한때 500~600그릇까지 만들었던 관중회의 봉사 활동도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기 힘들어지자 김 회장은 자신의 가게에서 300그릇 정도의 음식을 만들어 복지관에 가져다 주면 복지사들이 지원 대상 가정으로 가져다 주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다시 예전처럼 한곳에 모일 계획이다.

급격한 물가 상승세도 걱정거리다. 김 회장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값이 너무 치솟아서 부담이 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럼에도 힘이 닿는 한 봉사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10년 전 어버이날을 맞아 음식을 만들어드린 한 할머니가 우리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내 자식도 이렇게 못해줬는데 참 고맙다’고 했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런 좋은 기억들 때문에라도 봉사 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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