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뜨거워진 바다…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끝이 아니다[지구용]

아열대에서 생기는 태풍, 이젠 더 북쪽에서도 발생

뜨거워진 바다에서 힘 얻어…"앞으로 더 강력해진다"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때문에 침수된 포항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사진=경북소방본부지난 6일 태풍 ‘힌남노’ 때문에 침수된 포항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사진=경북소방본부




태풍 ‘힌남노’가 많은 상처를 남기고 지나갔어요.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집이나 가게가 물에 잠긴 분들도 계시고요. 혹시나 피해를 입은 용사님이 있다면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이런 태풍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거란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태풍이 더 강해졌다고 해요.

◆힌남노의 위력


지난 6일 새벽 경남 거제에 상륙했을 당시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55.9hPa(헥토파스칼, 낮을수록 강함). 사라(1959년), 매미(2003년)에 이어 3위래요.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전에는 ‘초강력’으로 분류되기도. 말 그대로 태풍 강도가 제일 높은 등급이에요.

아열대서 생겨났던 태풍, 동해에서 생길지도


원래 태풍은 주로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인 해역에서 생겨나요. 보통 아열대지방(북위 5~20도)에서 탄생하는 거죠. 그리고 높은 해수면 온도를 에너지원 삼아 유지되면서 이동해요.

그런데 힌남노는 일본 도쿄 남동쪽으로부터 1280km 떨어진 지점(북위 26.9도)에서 발생했어요. 북위 25도 이상에서 태풍이, 그것도 초강력 등급으로 분류될 만큼 강력한 태풍이 발생한 건 사상 처음이래요(이 정도 태풍은 보통 북위 5도 정도에서 발생).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가 우주에서 찍은 힌남노 사진. /사진제공=NASA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가 우주에서 찍은 힌남노 사진. /사진제공=NASA


이건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아주 이례적인 경우.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이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예보관 생활을 하면서 이런 태풍은 처음 본다”고 말했을 정도예요.

이게 무슨 일이냐면, 북쪽 바다들도 이미 아열대 지방의 바다 만큼이나 뜨거워졌단 얘기. 예전 같았으면 힌남노가 저 아래에서 올라오다가 힘이 빠져서, 아니면 올라는 왔는데 상대적으로 차가운 바다를 만나 힘이 빠져서 소멸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은 계속 뜨거운 바다가 이어지니까 힘을 대부분 유지한 채 우리나라까지 덮친 거예요.

문제는 힌남노가 끝이 아니라는 것. 바다는 이미 뜨거워졌고, 해수면 온도에서 힘을 얻는 태풍들은 앞으로도 더 강력해질 거래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


바다가 뜨거워진 이유는 물론 기후위기. 힌남노가 지나쳐온 동중국해의 수온은 지난 40년 동안 1.5도 이상(여름철 기준) 높아졌대요. 그리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한반도 주변 바다의 해수면 온도는 지금보다 1.0~1.2도 오를 전망.

그리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현재 대비 4.5도나 오를 전망이래요. 물살이들이 고통받는 건 물론이고, 그 정도면 육지도 멀쩡하진 않겠죠.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한다면 2100년까지 그나마 1.8도 오르는 데 그칠 거래요. 이것도 정상적인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어디냐 싶어요.

포항 장기읍성 주변의 당나무 한 그루가 힌남노 때문에 뿌리째 뽑힌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포항 장기읍성 주변의 당나무 한 그루가 힌남노 때문에 뿌리째 뽑힌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IPCC는 “전세계적으로 강한 열대성 저기압(태풍·허리케인·사이클론 등) 발생 비율이 과거 40년 동안 증가했고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열대성 저기압과 관련된 호우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온난화와 함께 열대성 저기압의 풍속과 강도가 증가하며 태풍으로 인한 강수도 온난화와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어요.

영화 속의 재난들이 이제 소름끼치도록 와닿는 요즘이에요. ‘인터스텔라’의 버석버석한 모래바람, ‘설국열차’의 얼어붙은 풍경들, ‘매드맥스’의 갈증까지...그리고 재난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죠. 홍수로 집을 잃은 ‘기생충’의 기택네와 비 내린 후의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는 박사장네처럼요.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큰 고통과 슬픔을 감내해야 할지 막막해져요. 그럼에도 용사님들의 노력이 티끌 만큼이라도 세상을 구할 거라고, 희망을 놓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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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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