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만든 첫 중대형 민간항공기 C919가 운항이 임박했다. 미국과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항공산업에서 보잉에 맞서기 위해 마련한 대항마가 출격하는 셈이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두 대의 C919 항공기가 상하이 푸동공항을 이륙해 베이징 수도공항에 도착했다. 차이나타임즈는 해당 비행기의 시범 운항이 완료됨에 따라 이르면 오는 19일 정식 운항 인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919는 중국이 자체 기술로 연구개발(R&D)부터 제작까지 마친 제트식 비행기다. 지난 2017년 5월 5일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5년 여 동안 운항 허가증 수령을 위한 정식 시험 비행을 수행하고 있다. C919는 이미 28개 항공사로부터 815대의 주문을 받은 상태다. 중형 여객기 기종이며 158∼168개 좌석을 설치할 수 있는 모델로, 첫 항공기는 중국 둥팡(동방)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중에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둥팡항공은 5대의 C919를 최초로 인도 받아 상하이를 중심으로 베이징, 선전, 청두, 샤먼, 우한, 칭다오 등 주요 도시의 국내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항공업계에선 C919가 중국 항공사들로부터 검증을 거쳐 국제선까지 운항하는데 문제가 없을 경우 점차 외국 항공사들로도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C919의 공식 운항을 위해 유럽항공안전국(EASA)에 운항 적합 신청서를 제출하고 수출도 도울 예정이다.
C919가 정식 운항에 들어간다면 에어버스와 보잉이 양분하고 있는 항공기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경쟁관계가 심화된 이후 노골적으로 에어버스를 대량 구매하고 있는 만큼 미국 보잉사가 받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둥팡항공과 난팡(남방)항공, 에어차이나는 2027년까지 유럽 에어버스사에서 항공기 292대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금액만 372억 달러(약 48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다. 이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에 ‘외교적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말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을 향해 ‘민항기 추가 구매’를 요구한 상황에 이뤄진 계약이라 보잉의 충격은 더욱 컸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탈동조화를 내세워 제재를 가하고,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제한하는 법을 만드는 나라(미국을 지칭)를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하냐”며 “(잇따른 추락 사고가 발생했던) 보잉 737맥스 항공기는 아직 안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안전 문제를 거론했지만 그것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보잉이 아닌 에어버스를 선택한 이유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C919의 운항으로 항공산업 분야에서도 미중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