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그동안 인텔리전스(Intelligence·지능)한 인재 육성을 목표로 했다면 앞으로는 익스텔리전스(Extelligence)한 인재를 키워내야 합니다. 아는 것이 많은 똑똑한 인재가 인텔리전스라면 바깥의 똑똑한 인재들을 활용하고 연결해 융합하는 인재가 익스텔리전스한 인재입니다.”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은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2’ 네 번째 세션 ‘대학의 교육 혁신과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인공지능(AI)·네트워크 혁명 시대의 인재상은 산업 사회에서 요구했던 인재상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익스텔리전스의 핵심은 융합과 소통이다. 누구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지식이 다른 이질적인 지식과 융합되며 새로운 지식을 만든다. 김 전 총장은 “르네상스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과학자·예술가·건축가·문필가·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를 후원, 융합돼 혁신이 벌어진 대표적 사례”라며 “창의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장은 “100세 시대에 전공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은 쓸모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등 기술 발전이 빠른 분야에서 전공 지식의 반감기는 불과 7년”이라며 “2100년까지 살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지식 전달 식 강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장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 교육 대신 한 팀당 100만~300만 원가량을 지원하며 ‘노인을 위한 난방 문제 해결 방법’ ‘재래시장을 살리는 도시 재생 사업’ 등의 실습 수업을 진행했다. 호응이 높았을 뿐 아니라 이들이 학교의 지원금 외 정부·기업의 후원으로 벌어온 금액이 한 해 19억원을 넘었다. 김 전 총장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나 학점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했다는 만족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성취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정답이 없는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강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은 “과거에 해왔던 연구는 ‘문헌을 어떻게 해독하고 읽느냐’인데 이는 이제 검색으로 다 해결된다”며 “앞으로는 ‘협조하고 글을 쓰며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그동안 대학이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었다면 앞으로의 대학은 학생이 교수에게 배우는 곳”이라며 “사회에 나가면 전공과 관련 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융합적 사고력을 대학이 키워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 역시 “다양성·혁신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