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공동 창업가 딜런 필드(오른쪽). 연합뉴스출근길 1달러짜리 커피 한 잔을 즐기던 젊은 창업가가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다. 바로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협업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만든 피그마의 공동 창업자인 딜런 필드 얘기다. 필드는 창업 10년 만에 이 같은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포토샵’으로 잘 알려진 어도비는 15일(현지시간) 피그마를 현금 반, 주식 반으로 약 200억 달러(약 28조 원)에 인수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벤처에 기반한 스타트업으로는 역대 가장 큰 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벤처캐피털 등 투자회사와 함께 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필드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필드의 정확한 보유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억만장자로 불리기에 모자라지 않는 액수로 알려졌다.
필드는 샌프란시스코 북쪽 와인 산지에서 자랐다. 그는 3살 때 처음 컴퓨터에 흥미를 느꼈고 부모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 줄 만큼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물론 브라운대를 자퇴할 때까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변곡점은 대학 3학년 때 찾아왔다. 억만장자 금융가가 운영하는 펠로우십으로부터 10만 달러를 지원받아 창업의 길을 걸으면서 평범했던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그는 처음에는 교통을 모니터링하고 난폭한 운전자를 잡는 드론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나 쓴맛을 봤다. 이어 대학 친구인 에반 월러스와 함께 2012년 피그마를 세웠다. 회사 설립 후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이 때문에 불과 4년 전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방 1개짜리 아파트를 전전해야 했고 출근길에 1달러짜리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위기는 피그마에는 기회가 됐다. 데스크톱이나 앱에서만 작동하는 경쟁 제품과 달리 브라우저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시에 작동해 어디서나 작업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재택 근무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이런 특장점은 빛을 발했다. 디자이너들이 몰려들면서 연매출은 2년 연속 배로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에는 4억 달러(56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2018년 초까지만 해도 1억 15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0억 달러까지 뛰었다.
피그마는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대명사인 어도비에도 골치아픈 경쟁 상대였다. 값싸고 사용하기도 쉬운 피그마의 협업 툴로 이동하는 디자이너들을 붙잡기 위해 어도비는 결국 공격적인 M&A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1년 만에 200억 달러까지 오른 인수 가격은 고평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듯 하다.
올해 아빠가 된 필드 역시 피그마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다가 매각으로 선회하는 용단을 내렸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냉각되면서 상장이라는 모험보다 매각이 더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피그마와 결합은 혁신적이며 협업 창의성에 대한 비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인수 후에도 필드가 계속해서 회사를 이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