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홍보 업계의 전설이자 베스트셀러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으로도 유명한 조안 리(사진)가 1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별세했다고 여성신문이 17일 보도했다. 향년 77세.
1945년 서울에서 출생한 고인의 본명은 이영자로, 조안은 중학생 시절 잔 다르크의 영어식 이름을 따서 직접 정한 세례명이다. 그는 성심여고 졸업 후 1964년 서강대에 입학한 후 당시 초대 학장이던 케네스 킬로렌 신부와 스물 여섯 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져, 23세에 결혼했다. 킬로렌 신부는 1948년 정부 수립 후 한국에 귀화한 최초의 외국인으로, 한국 이름 ‘길로련(吉路連)’을 얻기도 했다.
고인은 조선호텔 홍보매니저를 거쳐 1977년 한국 최초 홍보 전문회사 스타커뮤니케이션을 창업했으며, 세계적 홍보회사인 버슨마스텔러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홍보를 비롯해 차세대 전투기 사업, 나이지리아 시멘트 협상 등 대형 프로젝트도 잇따라 성공시켰다. 전문관리직 여성클럽인 존타(ZONTA)의 아시아 지역 총재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맡기도 했고, 국제백신연구소(IVI) 창립 이사, 여성신문 이사회 의장도 지냈다.
이런 사회적 성공에 힘입어 한때 ‘국제 비즈니스계의 퍼스트 레이디’로 불리기도 했으며, 이를 토대로 1994년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을 출간, 1년 만에 70만부를 팔았다. 그 뒤 발간한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1996),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1997), '고마운 아침'(2001) 등의 책도 인기를 얻었다.
고인은 안젤라(한국명 성미), 에이미(한국명 현미) 두 딸을 두고 있다. 큰딸인 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과정에 상당한 기여를 했따는 평가를 받으며, 에이미씨는 스위스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고인은 2000년 뇌출혈과 신장 질환 등을 겪으며 일을 접었으며 2012년부터는 LA에서 큰 딸 가족과 지냈다.
올 6월에는 국내에서 회고록 ‘감사’를 출간하면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두 딸과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갑자기 병을 앓게 되었을 때 '왜 접니까'라고 했지만, 예기치 않게 10년이나 덤으로 살면서 '왜 저라고 아니겠습니까'라는 인정으로 바뀌었다"며 "함께 해준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하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영결미사는 22일 오전 11시 LA 성아그네스 한인성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