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심상치 않다. 연초만 해도 1100원대 후반이던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요즘 다시 외환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경제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회복하면서 2021년 5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올해 3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작으로 오름세가 더 가팔라졌다. 하지만 세계 주요 통화와 비교해 원화 가치 하락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2021년 5월부터 최근까지 원달러 환율이 23% 상승하는 동안 유로,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등 세계 6대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20% 올랐다.
그래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건 최근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이 달러인덱스보다 더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지탱하는 수출이 악화일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대중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액도 8월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면 강달러로 수입액은 늘어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진 데다 무역적자 폭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 전망은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도 원화 가치 하락에 기여했다. 지난 8월 개최된 잭슨홀 미팅에서 여러 선진국 중앙은행 수장들은 앞다투어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고 이후 공격적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최근 캐나다 중앙은행과 유럽 중앙은행은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며 7월에 이어 집중적인 조기 금리인상(front-loading)을 이어갔다. 이에 이들 국가와 미국 간 금리차가 한미금리차보다 더 빠르게 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화 가치는 더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면 환율은 언제까지 오를까? 8월 인플레이션이 예상을 상회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과 영국·캐나다 등 주요 중앙은행 역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달러의 독주가 주춤해질 것이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도래하면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 달러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킬 방법은 수출 증대와 물가 안정이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미금리차가 줄어들수록 하락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미국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높고 물가가 안정될수록 하락한다.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미국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1.2%와 2.5%로 전망했다. 한국의 GDP 성장률을 이보다 높여 환율 하락을 이끌려면 무역금융을 확대하고 수출기업의 마케팅 및 물류 관련 지원을 늘려 수출을 늘리는 한편 대체에너지 공급을 늘려 수입을 줄이는 등의 경상수지 개선책이 시급하다.
물가 안정을 통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위해서는 한국은행과 정부의 공조가 중요하다. OECD는 2022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한국보다 높은 반면 내년에는 미국의 물가가 한국보다 더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을 반전시키려면 한국은행은 지금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정부는 긴축적 통화정책에 발을 맞추어야 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된 유류세 인하, 관세 인하 등의 대책은 오히려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되살리고 수입액은 예상보다 늘려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시킨다. 정부는 이 대신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물가를 조기에 안정시킨다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도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