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일 노동조합 등이 파업을 하게 될 경우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직장을 점거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균형적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개선 방안’을 고용노동부에 건의했다. 최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조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을 추진하는 데 대해 사실상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경련은 세부적으로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비(非)종사근로자 사업장 출입 시 관련 규칙 준수 △단체협약 유효기간 실효성 확대 △쟁의행위 투표 절차 개선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명령 효력 강화 등을 건의안에 담았다.
전경련은 우선 파업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가 신규채용이나 도급, 파견 등의 대체근로제를 활용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 차질, 계약 미준수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신규채용, 도급 등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대체근로가 가능하다. 독일, 영국은 파견근로자를 제외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프랑스는 파견·기간제근로자를 제외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전경련은 “쟁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 방어권이 부족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나 무분별한 투쟁 때문에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맞게 대체근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전경련은 노조법이 직장 점거의 금지 시설을 ‘생산 기타 주요 업무와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 한정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올 2월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6월 대우조선해양 도크(건조 공간) 점거 등 최근 직장점거는 생산 차질을 유발하는 걸 넘어 폭행, 시설파괴, 영업방해, 근로자 안전침해 등 각종 불법행위를 동반하고 있다는 게 전경련 측 주장이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직장점거를 불법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파업이 사업장 밖에서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해고까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직장 점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은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사업장 시설에 대해 점거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또 사용자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부당노동행위 제도 역시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노조가 이를 근거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사용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전경련은 노조와 사용자를 균등하게 규율하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사용자 형사처벌 규정은 삭제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독일, 영국 등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제도 자체가 없다.
전경련은 아울러 해고자, 산별노조 간부가 사업장에 출입하면서 주요 정보가 경쟁업체에 유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종사근로자 사업장 출입에 대한 사용자의 출입거부권을 보장하는 선진국과는 다르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었다.
전경련은 노조법이 규정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최대 3년)과 교섭대표노조의 지위 유지기간(2년)을 3년으로 일치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기간들이 일치하지 않다 보니 단체협약을 실질적으로 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노조의 쟁의행위 권리는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사용자의 방어권은 미흡한 편”이라며 “노사갈등으로 인한 산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