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눈] '바이오 오프쇼어링' 막을 수 있나

이재명 바이오부 기자





“15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창업한다면 절대 지방에서는 안 할 겁니다.”



대전에 위치한 국내 한 바이오 벤처기업의 A 대표는 그동안 겪었던 ‘인력난’과 ‘인프라 부족’에 치를 떨었다. 글로벌 임상 준비로 한창 정신없을 때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갑자기 해외 기업으로 떠나버렸다. 어렵사리 국내 전문가를 찾아내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수도권 대기업만 고집해 결국 영입에 실패했다. 수개월째 글로벌 임상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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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활발한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방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들은 후속 인프라 지원이 부족해 속앓이를 하기 일쑤다. 춘천·홍천 바이오클러스터 내 바이오 기업들이 산업 안전을 위한 특수 건강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산업단지를 출장 방문하던 검진차는 의사가 없어 운행을 멈췄고 그나마 가까운 강원도 원주의 병원마저 특수 건강진단을 중단해 왕복 200㎞ 거리인 수도권 인근 병원을 알아봐야 할 지경이다. 춘천·홍천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인들 사이에서 “수도권 인근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는데 왜 지방 이름을 클러스터에 붙이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이 최근 ‘미국산 바이오’를 지원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바이오 의약품도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 시설 건설을 검토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그 어느 산업보다 인프라가 중요하다. 기술 개발부터 임상·생산·품질관리·배송에 이르기까지 집약된 산업 경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화이자·노바백스 등 세계 10대 제약사 중 9곳이 입주한 미국의 보스턴이 세계적인 바이오밸리로 각광받는 이유도 인력 수급은 물론 연구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강력한 인프라 덕분이다.

각 지자체들이 간판만 내건 바이오클러스터의 내실을 다질 때다. 때를 놓치면 K바이오는 지방은 물론 한국도 떠날 수밖에 없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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