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 음악 방송 무대, 기타 하나 메는 것도 버거워 보이던 한 10대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아이유의 마법은 시작됐다. 어느덧 서른 살이 된 아이유는 국내 여가수로는 최초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잠실 주경기장 무대에 오르게 됐고, 명실상부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임을 입증했다.
17·1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아이유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가 열렸다. 3년 만에 개최된 콘서트의 예매 열기는 대단했다. 양일간 8만 8000석에 달하는 거대 규모에도 불구하고 대기열 44만 명에 달하는 열기에 전 좌석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추가로 오픈된 시야제한석을 포함하면 9만 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주말 간 아이유를 만났다. 이를 통해 본인이 보유했던 국내 여가수 역대 최대 규모 공연 기록도 경신했다.
“10대 때부터 도전하며 달려왔던 길의 종착지가 이 곳 잠실 주경기장인것 같고, 여기보다 큰 무대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아이유는 자신의 꿈에 걸맞는 환상적인 무대를 3시간 넘게 보여줬다. 무대 위에 오르는 스태프만 100명에 달했고, 무대 밖 스태프를 포함하면 1400명이 공연에 동원됐다.
공연 부제대로 오렌지빛 노을 아래서 ‘에잇’과 함께 공연을 시작한 아이유는 “석양이 질 때 에잇을 부르고 싶었는데 계획된 만큼 이뻤다”며 소감을 밝혔다. 공연 당일인 18일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아이유는 “데뷔 당일 콘서트까지 해서 운이 좋다”며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성장 서사’를 보여준 아이유는 이번 공연을 통해 성장 서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좋은 날’과 ‘팔레트’를 졸업시켰다. 아이유는 좋은 날에 대해 “18살때 부른 곡인데, 그 때 태어난 초등학생들이 내 팬이 돼 공연에 온다”며 “'오빠가 좋은걸' 이라고 말할 오빠도 없다”며 농담을 건넸다. 25살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팔레트에 대해서는 “소중하게 불렀던 노래고, 가장 좋았던 때인 25살의 지은이에게 이 노래를 남겨주고 싶다”며 “서른 살인 지금, 그때만큼 좋은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어 굳이 이 곡을 더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은 아이유의 놀라운 가창력에 더해 거대한 스케일로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멀리 있는 2·3층 관객들을 위해 ‘스트로베리 문’ 무대에서는 열기구를 타고 경기장 트랙을 한 바퀴 돌며 관객석과 소통했다. ‘시간의 바깥’ 무대에서는 화려한 드론쇼가 펼쳐져 하늘에 팬덤인 ‘유애나’의 로고를 그렸고, 불꽃놀이도 끝없이 이어졌다. 팬들도 응원봉과 응원구호를 통해 공연에 함께 했다.
‘팬 사랑’으로 유명한 아이유답게 팬들을 챙기는 모습도 돋보였다. 주경기장의 딱딱한 좌석에 팬들이 불편할까 모든 좌석에 푹신한 방석을 배치했고, 공연이 끝나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공연 중간중간 “날이 더워 미안하다” “지금은 노래 안 부르고 쉬셔도 된다”며 팬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유는 공연 말미 “사실 귀에 1년 전부터 문제가 있어 공연 걱정을 많이 했는데, 팬들이 이 공연을 다 해줬다”며 “자음 하나, 모음 하나하나 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하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며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팬들의 “걸음마다 함께할게, 우리는 14년지기 친구니까”라는 플래카드 응원과 ‘러브 포엠’ 떼창에 울먹이기도 했다.
본공연 후 ‘앵콜’에 ‘앵앵콜’까지 하는 가수로 유명한 아이유는 이번 공연에도 팬들을 위해 긴 시간 앵콜을 함께 했다. 아이유는 주거지역이라 공연시간이 제한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본업인 가수로 멋진 모습을 아이유는 드라마 ‘인생’의 출연을 검토 중이고, 내년에는 이병헌 감독의 신작 영화 ‘드림’으로 스크린을 찾는다. ‘브로커’와 ‘나의 아저씨’ 등을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도 탄탄히 구축한 아이유의 차기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