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난마돌



태평양 폰페이섬에 있는 미크로네시아공화국은 필리핀에서 오른쪽으로 직선을 긋고 뉴질랜드에서 북쪽으로 직선을 그어 두 직선이 만나는 곳에 있다. 이 섬 오른쪽에는 12세기 당시 이곳을 지배하던 사우델레우르왕조가 만든 수상 도시 유적 ‘난마돌’이 있다. 가로 1.5㎞, 세로 0.5㎞ 크기의 바다 밑 산호섬에 거대한 성을 한 채 지었다고 보면 된다. 돌을 쌓아 만든 벽이 전체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 안에 90개가 넘는 구조물이 들어서 있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조물들은 신전·무덤·주거지 등의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난마돌은 어디와 어디 사이의 공간을 뜻하는데 구조물을 연결하는 일종의 운하를 지칭한다. 사우델레우르왕조가 1628년 멸망한 뒤 난마돌은 잊힌 장소가 됐다. 독일이 스페인으로부터 이 섬을 구입한 1899년 조사를 시작했고 이후 이 섬을 점령한 일본·미국 등이 제한적으로 발굴에 나서면서 알려졌다.



이 유적의 축조 과정은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성벽의 재료인 돌은 대개 사람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크다. 학자들은 폰페이섬 주민들이 화산암을 깨뜨린 뒤 뗏목에 싣고 와 쌓아 올리는 작업을 수 세기에 걸쳐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과거 이곳에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기록은 남아 있지 않고 구전만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유적은 마법사가 농업의 신을 섬기기 위해 마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농사는커녕 식수도 얻을 수 없는 조건을 고려하면 의문이 꼬리를 문다. 주민들은 이곳을 신성시한다. 지금도 이곳에 들어가려면 사카우라는 식물을 으깨서 짠 마취성 음료를 마시고 조상들에게 허락을 구하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

관련기사



19일 오전 부산 남쪽 200㎞ 지점까지 올라오며 한반도 최근접점을 지나간 제14호 태풍 난마돌은 이 유적을 가진 미크로네시아가 제출한 이름이다. 이번 태풍은 우리나라에 11호 태풍 힌남노만큼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일본에는 폭우와 강풍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자연재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항상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