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면서 국내 제약 업계의 글로벌 임상 비용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임상 비용 증가로 인해 신약개발 출시가 늦춰지는 것은 물론 기술수출도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국내 제약 업계의 글로벌 임상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임상의 경우 대부분 달러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제약 업계가 느끼는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190원 선이었으나 이날 오후 2시 기준 1월 대비 16% 상승하며 1390원을 기록했다. 환율로 인한 지출 부담이 올해만 16%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신약 출시를 목표로 다국가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부담이 더욱 크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공동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1차 치료제 단독 요법 용도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현재 전 세계 10여 개 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만큼 고환율에 따른 부담도 클 것으로 예측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수출에 따른 환차익도 있겠지만 고환율에 따라 임상 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LG화학도 2건의 대형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곧 시작해 비용 측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화학은 임상 승인이 날 경우 미국과 유럽의 고요산혈증 동반 성인 통풍 환자 26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달러화 초강세가 지속될 경우 임상 비용은 당초 예상 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 'D119031166M’에 대해 이달 중 미국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일동제약은 NASH 치료제에 대해 미국 임상 1상을 내년에 끝마치는 것을 내부 타임라인으로 설정했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의를 통해 기술수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임상 환자 모집 등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환율 탓에 임상 시험이 지연돼 신약 출시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며 “해외 법인 직원들이 많은 기업의 경우 현지 인건비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제약 업계의 글로벌 임상 비용 상승은 우려할만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장기적으로 신약 출시는 물론 기술수출 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