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실종된 거래를 회복시켜야 하는 이유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아파트 매매시장 역대급 거래 절벽

이사·가전교체 등 관련산업도 영향

조정지역대상 해제 등 규제 풀고

민간임대 공급 확대로 시장 살려야





7월 계약된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639건으로 이는 2006년 1월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후 최저치다. 많을 때는 1만 5000건을 넘어서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5000건 내외를 유지하던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7월 ?3.1%의 전월 대비 하락률을 보였고 지난해 9월로 이후 누적 하락 폭은 벌써 -5.5%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집값은 내리는데 비싼 부채를 갚아야 하는 하우스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이명박 정부 후반, 그래서 차기 대선 주자들이 모두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던 10여 년 전에도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2000에서 4000대를 유지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기존 소유 주택을 팔지 못해 아파트 입주권을 포기했다는 것이 가까운 내 친구의 얘기가 되고, 입각하는 각료의 청문회에서 안 팔려서 일시적인 다주택자라는 변명이 인정되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전세가는 연일 급등했었다. 지금 관측되는 1000건 정도의 거래량 수준이 지속된다면 이는 2010년대 초반보다 더 심각한 하우스푸어 문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관련기사



가격 변동은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로 소비를 늘리는 자산 효과로 명명된 심리적 효과를 넘어 동반 발생하는 거래량 증가나 감소를 통해 관련 산업 전체에 있어 직접적인 소득 변화를 발생시킨다. 이는 주택 거래 감소(증가)로 발생하는 세금, 부동산 중개, 이사 및 수리, 가구 및 가전 교체 등의 거래 비용 감소(증가)가 결국 관련 산업 종사자의 소득 감소(증가)로 전이되고 고용 또한 감소(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필자가 2014년 진행한 연구에서 1%의 주택 가격 하락은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소득을 0.2%, 직접적인 부동산업은 0.4%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도한 규제로 옭아매진 주택 거래를 정상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매매 시장의 거래량은 전멸에 가까운 수준인데 전월세 시장의 거래량은 증가하고 있다. 금리 급등으로 전세가 상승은 억제되고 있지만 월세화와 월세의 상승이 심각하게 이어지고 있다. 가격 하락에 대한 예상이 강해지면 자가 구매보다는 계속 전월세 시장에 머무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 지금이 그런 형국이다. 늘어나는 가구 수와 임차 가구에 머무르고자 하는 가구들을 만족시켜줄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는 더 절실해질 것이다.

플러스섬의 주택 거래 연쇄 고리를 만들어내는 구매 욕구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기본이 임차 가구의 자가 전환을 위한 구매다. 두 번째는 기존 자가 가구의 주거 상향을 위한 구매다. 세 번째는 전체 구매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정상인 임대사업자의 구매다. 이런 다양한 유형의 구매 욕구는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어느 한 주체의 구매 욕구가 사라지거나 막혀버리면 다른 주체의 거래가 막히게 된다. 임차 가구의 구매 욕구는 가격 급락기에는 기대하기 힘들다. 두 번째 구매 욕구는 있더라도 거래가 원활해야 실현이 가능해진다. 그나마 다주택자의 구매 욕구는 단기적인 자본 차익이 아닌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추구하는 장기 투자자라면 가격 하락기에도 실현이 가능하다.

현재 시장 거래를 옥죄는 규제의 강도는 노무현 정부 시기를 훨씬 웃돈다. 그래서 위기를 앞둔 시기 거래 위축의 강도도 심하다. 갈 길이 멀다. 조정 지역 등 규제 지역의 합리적 수순의 해제가 시작점일 수 있고, 봉인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기능도 살려내야 할 시기다. 이 모든 선택은 단기적인 경기 조절이 아닌 시장 정상화의 종합적인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