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48초 환담' 그쳤지만…한미정상 "NSC서 IRA 집중 검토" 합의

[세차례 짧은 만남 가진 尹·바이든]

바이든, 중간선거 앞둬 일정 변경

양국 정상회담 아쉽게 무산됐지만

'풀 어사이드' 형식으로 현안 논의

이창양 산업부장관도 러먼도 만나

"IRA 조속히 해결해야 서로 도움"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코니 무덴다 (RED) 단체 홍보 대사, 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코니 무덴다 (RED) 단체 홍보 대사, 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연합뉴스




정상회담은 없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 차례의 짧은 만남을 통해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을 양측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IRA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NSC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해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는 이유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시내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어깨를 잡고 약 48초간 짧게 환담했다. 풀 어사이드 형식의 환담은 양국 정부의 협의 아래 진행됐다. 영국에 이어 유엔총회에서까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세 번째 짧은 만남이었다.

외교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계획했던 정상회담이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으로 이뤄지지 못했던 게 아쉬웠지만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풀 어사이드 형태의 환담이라도 이뤄낸 것은 다행이었고 그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총회 직후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런던에서 치러지는 국장에 참석하면서 모든 일정이 꼬였다.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으로 돌아와 20일 예정된 유엔총회의 연설 일정마저 하루 미루고 국내 현안을 챙겼다. 한국뿐 아니라 예정된 수십 개의 정상회담에 차질이 발생했다.

정상회담이 여의치 않자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일정을 바꿨다. 예정됐던 한인 과학자 간담회는 대폭 축소됐고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에는 윤 대통령의 참석이 취소됐다. 윤 대통령은 대신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박진 외교부 장관을 대동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다. 48초였지만 그간 실무진이 논의해온 IRA 등 핵심 이슈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답을 얻어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쫓아가다시피 하며 붙들고 협의를 요청한 부분은 IRA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는 세액공제에서 제외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관련 수출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이 IRA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면 전체 고용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휘청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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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담 후 대령실은 공식 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금융 안정화 협력과 북한의 핵무기 등에 대한 확장 억제에 대한 협의는 물론 미국 의회가 주도하는 IRA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관련해 우리 업계의 우려를 설명한 뒤 행정부가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우려 해소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한미 간의 진지한 협의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자”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당초 IRA가 한미정상회담의 의제였다고 언급했다. 한미정상회담이 환담으로 변경되기 전까지 양국은 IRA 협의를 비롯해 금융시장 안정,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의제를 조율하고 있었다. 고위 관계자는 “(환담을 통해) IRA라든지 통화 스와프, 확장 억제 문제 등과 관련해서 NSC 차원의 집중적 검토를 지시했다”며 “중요한 것은 두 대통령이 만난 시간의 양이 아니라 (협의) 그 내용을 축약해서 오늘 회의가 끝난 직후 양국 정상이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이 환담으로 바뀌자 자동차 산업 담당 부처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워싱턴을 방문해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IRA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21일 러몬도 장관을 만나 “(IRA는)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협력 기조와 맞지 않고 향후 다양한 한미 협력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앞으로 반도체·배터리·원전 등 양국 간 협력 사안이 매우 많은 상황에서 IRA와 같은 차별적 조치는 협력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한미정상회담이 불발되고 환담으로 교체되자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정상외교 목적도, 성과도 전무한 국제 망신 외교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뉴욕=구경우 기자·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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