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튀기고 살점은 뜯겨져 나오며 뼈는 부러진다. 지독할 정도로 진득한 피 냄새가 스크린을 뚫고 풍기는 것만 같다. 영화 '늑대사냥'의 80%는 거친 액션과 피로 가득 차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은 만큼, 그 수위는 극악무도하게 높다. 이런 장르적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액션을 사랑하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충분하다.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해야 하는 가운데 극한 상황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이다.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인터폴 수배자들을 이송할 움직이는 교도소 프론티어 타이탄. 극악무도한 범죄자들과 베테랑 형사들이 필리핀 마닐라 항구에 모인다. 탈출을 꿈꾸는 종두(서인국),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도일(장동윤)을 등 범죄자들은 각자의 목적과 경계심을 품고 배에 탑승한다. 한국으로 향하던 중,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이들에게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극한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작품의 매력은 뜻하지 않은 상황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클리셰를 타파한다는 거다. 장르물의 성향이 짙은 작품은 예상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예측을 뛰어넘어 새로운 반전이 펼쳐질 때,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하드보일드 액션인 '늑대사냥' 역시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이야기 안에서 선명한 선악 구도가 펼쳐질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작품은 초반 형사와 범죄자의 대결 구도로 진행되다가 중반부부터 새로운 인물이 개입되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건의 반전은 장르까지 바꾼다. 초반 범죄자와 형사의 대립 구도에서는 스릴러와 액션이 주를 이뤘다면, 반전된 이후부터는 호러 그 자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그의 능력치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공포로 다가온다. 여기서부터 기본적인 선악 구도가 바뀌고, 관객들은 캐릭터들과 함께 혼란을 겪게 된다.
밀폐된 공간이 주는 공포도 스릴을 더하는 데 한몫한다. 작품의 배경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배다. 죽고, 죽이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탈출할 구멍은 없다. 살기 위해서는 계속 움직여야 되는데, 장소를 옮길 때마다 상대편이 언제, 어디서 나올지 알 수 없다. 숨을 곳 없는 배 안에서의 숨바꼭질은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선 내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은 다양함을 선사한다. 작은방, 문, 엘리베이터, 주방, 파이프 위, 엔진실, 계단 등 배 안은 한정된 공간이지만 다양한 장치들이 배치돼 있다. 작품은 작은 공간과 소품을 놓치지 않고 액션으로 연결해 새로운 그림을 만든다. 작품의 80%가 액션으로 이뤄졌는데,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다양한 공간이 주는 힘 때문이다.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다. 사명감이 빛나는 형사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범죄 조직, 술 찾는 간호사와 비밀스러운 의사 등이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캐릭터를 뽐낸다. 특히 종두 캐릭터는 비주얼부터 충격적이다. 온몸을 뒤덮은 문신과 노출은 그간 서인국에게서 보지 못했던 모습.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인 그의 눈빛은 스크린을 뚫을 정도 강렬하다. 그간 선역으로 주로 맡았던 서인국의 연기 변신이 돋보인다.
이처럼 장르성이 짙고, 수위 높은 장면으로 가득 찬 작품은 호불호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서사 위주의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액션으로 가득 찬 작품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긴장을 놓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격한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의 마음은 사로잡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