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가 내년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와 그에 따른 강달러로 인해 경제에 부담이 쌓이는 가운데 기업 재고 문제가 불거지며 침체가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와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등을 거친 세계적 재미 경제학자다.
손 교수는 21일(현지 시간) 뉴욕 특파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연준의 긴축이 시작된 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역사적으로 60% 수준이며 침체에 이르기까지 통상 30개월가량 소요된다”며 “다만 이번에는 재고 문제로 인해 속도가 다소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QT), 이에 따른 달러 강세, 공급 병목현상, 초과 재고 등을 꼽았다. 손 교수는 “연준은 최종 금리를 4.5%가량까지 올린 뒤 1년 정도 유지할 것”이라며 “여기에 QT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가량 올리는 효과가 있으며 달러 강세도 미국 무역과 기업 실적에 부담을 줘 0.25~0.5%포인트가량의 금리 인상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그가 침체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하는 요인은 기업 재고다. 손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소매 업체들이 재고를 늘렸지만 이후 판매가 줄면서 초과 재고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코로나19 이전까지 1.3~1.4% 수준이던 미 소매 업체의 판매 비율은 팬데믹 기간을 거쳐 1.6%를 넘어섰다. 재고가 초과되면 기업들이 재고 비축을 위한 투자를 줄여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손 교수는 다만 “소비 둔화로 발생하는 침체가 길고 깊은 반면 재고로 인한 침체는 상대적으로 짧고(1년 이내) 가볍다”며 “이번 침체가 2009년 금융위기처럼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인플레이션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요인인 임금과 주거비 모두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sticky)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는 “일손 부족으로 임금이 오르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일터를 떠난 (숙련된) 고령 근로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점도 비용 상승에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주거비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 특성상 주거비는 6개월 전 데이터가 산입된다”며 “주거비가 지금도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6개월 뒤 CPI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