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젊은 여성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란 경찰과 간부 등에게 그 책임을 물어 22일(현지 시간) 제재에 나섰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시민 30여 명이 사망하는 등 강경 진압이 이어지자 국제사회가 개입해 인권 보호를 촉구하는 모양새다.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히잡 미착용 사건에 항의하며 쿠르디스탄에서 시작된 시위는 현재 테헤란과 시라즈·케르만샤·하마단·타브리즈 등을 포함한 주요 50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머리에 두른 히잡을 벗어 불태우거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참여자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기반 비정부 단체 이란인권(IHR)은 민간인 사망자 수가 최소 3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마흐무드 아미리 모하담 IHR 대표는 “이란인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권리를 달성하기 위해 시위하고 있다”며 “정부는 그들의 평화 시위를 총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인스타그램·왓츠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접속이 제한되는 등 언론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이란 정부의 무력 진압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이란 여성에 대한 학대와 폭력, 평화 시위에 나선 이란인의 권리침해”를 이유로 이란의 도덕경찰(morality police·여성의 복장 등을 단속하는 이란 공권력 단체)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풍속 단속’을 이유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마흐사 아미니(22)를 체포·구금했다가 16일 사망에 이르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만 9세 이상의 모든 여성에게 공공장소에서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 상태다. OFAC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 및 기관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미국 금융망을 통한 제3국과의 거래 역시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급기야 23일 이란군이 “시위대의 과격한 행위는 이슬람 정권을 악화시키기 위한 적의 사악한 전략”이라며 “적들과 맞설 것”이라고 선언해 사태가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 발언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 발발 이후 이란 치안·군 당국이 내놓은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