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단독] 토지 매입 단계부터 자금 집행…"태양광 대출보다 리스크 크다"

[태양광 펀드 전수조사]

■ 태양광 사모펀드 부실 터지나

6월 이지스 부실 우려 제기에도

금감원 "사모펀드라 문제없다"

인가받은 운용사만 400곳 육박

KB운용 설정액만 1조…전체 ⅓

태양광업체 부실 펀드로 전이 우려





금융감독원이 태양광발전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시작한 은행권의 태양광발전 대출 전수조사와 맥을 같이한다. 펀드의 경우 대출보다 더 초기 단계부터 태양광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만큼 투자 리스크가 크다. 게다가 은행권 대출보다 운용사들의 관리 감독이 허술한 구조상 부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조사를 두고 ‘뒷북조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부실이 터진 이지스리얼에셋을 제외한 자산운용사들은 현재까지는 태양광 펀드 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태양광 개발사들의 자금 압박이 본격화한 만큼 추가 사모펀드 부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2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10대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태양광 사모펀드 수는 50개(88%), 설정액은 3조 1389억 원(85%)에 달한다. 전체 자산운용사는 398개사로 금감원이 전수조사에 나설 경우 수면 위로 드러날 태양광 사모펀드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은행권 태양광 대출과는 규모와 위험도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조사 대상 자산운용사가 많고 태양광 펀드 형태가 다양한 만큼 전수조사 착수에서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분 국내에 자금이 집행된 은행권 태양광 대출과 달리 태양광 펀드는 해외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는 만큼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중소 자산운용사들의 자료 오류 및 질의 사항 등도 전수조사가 속도를 내기 힘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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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사모펀드의 부실 우려는 6월부터 제기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의 100% 손자회사인 이지스리얼에셋이 수백억 원의 펀드 자금을 떼일 우려에 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이지스리얼에셋은 총 4개의 태양광 사모펀드를 운용 중인데 태양광발전소 개발사인 레즐러가 재무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소 125억 원에서 최대 500억 원대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레즐러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끊기고 인허가가 예전처럼 나지 않자 재무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6월만 해도 이지스리얼에셋은 7월 초면 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의 안일한 현실 인식도 지적 대상으로 꼽힌다. 6월 태양광 개발사 레즐러의 부실로 수백억 원대의 손실 위기에 내몰린 이지스리얼에셋투자운용의 태양광 펀드 부실 문제, 두 달 뒤인 8월 드러난 10대 자산운용사(지난해 순이익 기준)의 태양광 사모펀드 실태 보도에도 “사모펀드라 문제없다”며 안일하게 대응했던 금감원이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지스리얼에셋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KB자산운용은 설정액 기준으로 태양광 펀드를 가장 많이 운용 중이다. 총 21개 태양광 펀드를 운용 중으로 설정액만 1조 955억 원에 달한다. 이는 10대 자산운용사의 태양광 펀드 설정액 중 35%로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KB자산운용의 태양광 펀드 설정일은 문재인 정권 집권 당시에 집중돼 있다. 21개 태양광 펀드 중 13개 펀드(설정액 7655억 원)가 2017년부터 2022년에 설정됐다. 문재인 정권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육성을 위해 무분별하게 보조금을 남발하던 시기에 KB자산운용도 태양광 펀드 규모를 대거 키운 것이다. 이 시기에 KB자산운용이 설정한 태양광 펀드는 직접투자 방식으로 연간 목표 수익률은 3.27~6.10% 수준이다. KB증권·한화투자증권·교보증권·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판매됐다. 김형윤 KB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 전무는 “2007년부터 태양광 펀드를 꾸준히 운용해 왔고 현재까지 목표 수익률에 미달하거나 부실 징후가 포착된 펀드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한자산운용도 태양광 펀드 운용 규모가 크다. 펀드 개수만 13개, 설정액은 9986억 원(10대 자산운용사 태양광 펀드 총 설정액 대비 31.8%)에 달한다. 신한자산운용도 문재인 정권 시기에 태양광 펀드를 집중적으로 설정했다. 13개 펀드 중 11개가 2017년에서 2022년 사이 설정됐다. 신한자산운용의 태양광 펀드는 대출 및 지분투자 펀드가 주를 이룬다. 판매사는 한화투자증권·교보증권·신한은행·DB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 등으로 KB자산운용 대비 다양한 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태양광 펀드는 총 6개로 설정액은 4092억 원(10대 자산운용사 태양광 펀드 총 설정액 대비 13.0%)에 달한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마스턴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이 각각 설정액 319억~5489억 원 규모의 태양광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권 들어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태양광 개발사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근 1~2년 내 설정된 태양광 펀드의 경우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급격히 자금 사정이 악화해 이지스리얼에셋투자운용으로부터 공사 선급금을 받고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태양광 개발사 레즐러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 윤 의원은 “자산운용사는 신재생에너지 사모펀드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예방 점검을 강화하고 금융 당국은 부실 징후가 짙어지는 만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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