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모를 일이다. 불과 두 달 전인 7월만 해도 11월에 있을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의 패배 전망이 대세였다. 하원의 경우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54석을 잃어버린 1994년 중간선거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역시 여당인 민주당이 63석을 공화당에 빼앗긴 2010년 중간선거에 버금가는 민주당의 의석 상실이 예상되기도 했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나 가까스로 다수당 지위를 지킬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민주당 참패 시나리오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설득력 있게 들렸던 배경에는 미국의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 추락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상황이 좀 나아지고 있다는 조짐이 몇몇 여론조사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9월 16일 발표된 뉴욕타임지와 시에나대 공동 여론 조사에 의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2%였다. 올 7월 같은 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율은 33%로 바닥이었다. 그러니까 두 달 사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9%나 상승한 것이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점이었던 7월의 38%에서 9월에는 42%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두 달 사이에 뭔가 크게 잘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일까.
기업 증세, 처방약 값 인하, 그리고 기후변화 투자 등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감소법의 8월 의회 통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점수가 될 만한 성과였다. 민주당 내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오랜 대립 끝에 예산을 대폭 줄인 형태로 인플레이션감소법안이 통과되면서 11월 선거를 앞두고 그에게 내세울 것이 생긴 모양새다. 그런데 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회복세는 최근 여성의 낙태권을 박탈한 연방대법원의 보수적 판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탈법성 행동이 가져 온 반사이익으로 봐야 한다.
보수 성향 판사가 다수 포진한 연방대법원은 6월 24일 1973년 판례를 뒤엎고 개별 주가 낙태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 헌법적 권리로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그 후 7월 6일 발표된 퓨리서치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 판결에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이 57%로 나타나 찬성 비율인 41%에 16%포인트나 앞서고 있고 그 격차는 여성의 경우만 보면 26%포인트(62% 대 36%)로 더 벌어진다. 그리고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에서도 여성의 36%, 20대 연령층의 43%가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 판결에 대한 역풍이 전국적으로 강하게 불면서 민주당에 만회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또 다른 민주당의 호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국립기록원에 반납하지 않은 문서들이 있다는 이유로 연방수사국이 그의 저택을 수색하고 상당한 분량의 문서를 압수해갔다. 이들 문서에는 국가 기밀급 문서도 포함돼 있다는데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도 난입 사주와 대선 결과 번복 압박 혐의를 포함해 수건의 형사사건 재판에 걸려 있어 그가 장악한 공화당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나빠진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서 이번 중간선거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보수적 연방대법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42% 내외인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아 11월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런데 유권자들의 공격 타깃에 인플레이션으로 고전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연방대법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해지면서 민주당이 비관적인 상황을 피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들려오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적 구심력 못지않게 그의 막가파식 행태와 그가 보수화시킨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거부감을 느끼는 원심력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의석을 잃는다는 패턴을 깨는 또 하나의 선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