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에 사는 A 씨는 무자본으로 주택 52채를 사들인 뒤 전세보증금 103억 원을 가로채 도주했다. 피해자 55명은 A 씨가 선순위 근저당권을 말소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보증금을 뜯겼다. A 씨는 또 전세계약을 월세계약서로 위조해 피해자 6명을 상대로 담보대출금 10억 원을 뜯어냈다.
경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전세사기 범죄에 대해 2개월 여에 걸쳐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300명이 넘는 인원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7월 25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여 총 163건의 범죄 행위를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전세사기 피의자 348명을 검거하고 이중 34명은 구속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전세대출금을 가로채기 위한 허위 보증보험(185명)이 가장 많고 공인중개사법 위반(86명), ‘깡통 전세’ 등 보증금 미환반(30명) 순이었다. 피의자 신분별로는 가짜 대출금 사기에 가담한 가짜 임차인(105명)과 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104명), 임대인(91명)이 다수였다.
특히 경찰은 피해자의 재산보전을 위해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법원의 기소 전 추징보전에 나선다. 전세사기 피해금은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그간 국가의 몰수·추징이 어려웠지만 부산시경찰청이 최근 전세계약서 위조 등으로 50억 원 규모의 대출금을 편취한 조직의 범죄 수익 4억 5000만 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냈다.
경찰은 24일 기준 전세사기 사건 518건에 관여한 1418명을 내사하거나 수사하고 있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은 “다양한 법리 검토 끝에 사문서위조죄를 별도 적용해 법원으로부터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며 “전세사기로 취득한 범죄 수익을 박탈함으로써 범행 및 재범 동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사례인 만큼 전국에 이를 확대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의 협조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달 국토부로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 등 모두 1만 3961건에 대한 수사 의뢰 요청과 자료를 넘겨받아 이 중 6113건, 23명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은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위변제 금액이 과다하거나 피해자가 다수인 주요 사건 34건에 대해 지방경찰청에 직접 수사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특별단속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 후 국민체감 약속 1호로 제시한 전세사기 등 ‘악성사기 근절’ 지시에 따른 것이다. 7월 25일 ‘전세사기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한 경찰청은 내년 1월 24일까지 6개월간 전세사기에 관한 집중 단속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