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내달 방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도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한국을 찾아 우리나라 대통령들에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국가의 성장 전략에 대해 제안해왔다. 이전 사례들을 고려할 때 손 회장의 윤 대통령 접견은 성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의 방한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지난 21일 유럽·중남미 출장을 마친 후 귀국길에서 발언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 달 손 회장이 한국을 찾아 ARM 인수 관련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밝혔고, 그 직후 손 회장은 "한국을 방문할 생각이다. 삼성과 ARM과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화답했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으로, 현재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삼성을 ARM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보고, 손 회장이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ARM은 인수가가 최대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빅딜이다.
거래 규모뿐 아니라 반독점 문제로 규제 당국이 인수·합병(M&A)을 반대할 여지도 있는 만큼, 손 회장 측이 윤 대통령을 만나길 희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직까지 손 회장 측의 윤 대통령 접견 신청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손 회장) 관련해서 아직 잡힌 일정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접견 신청 여부와 내역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 손 회장이 한국을 찾아 대통령을 만난 시기는 2019년 7월이다. 당시 손 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접견하며 약 1시간 30분 동안 글로벌 벤처기업의 창업 및 성장, 해외시장 진출 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손 회장은 당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AI 산업의 전폭적 육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손 회장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방한 전 청와대에 문 전 대통령 접견 신청을 했었고, 청와대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손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매번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설때 마다 방한해 대통령을 접견해온 관례를 봤을 때, 이번에도 윤 대통령 접견을 위한 물밑 협의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은 크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측의 한 인사는 "역대 대통령을 다 만나긴 했으니, 이번에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회동 사실을 공개석상에서 밝힌 만큼 방한 일정도 어느 정도 구체화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1999년 12월 김 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위기를 극복할 세 가지 방법으로 "첫째도 브로드밴드, 둘째도 브로드밴드, 셋째도 브로드밴드”라고 답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IMF 위기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상황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손 회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IT기본법'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브로드밴드 구축에 박차를 가했고, IMF 위기를 벗어나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손 회장은 2003년 7월에도 한국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손 회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한·일 양국의 IT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6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고비 사막의 태양열 등 자연 에너지와 녹색 기술을 활용한 '고비테크 프로젝트'를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 손 회장은 2016년 9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10년 안에 사물인터넷(IoT), 인터넷, AI, 모바일, 스마트로봇, 전력 분야에서 5조 원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지금 매각이 논의되고 있는 ARM에 대해 "IoT 분야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과 소프트뱅크가 협력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