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다큐 만들며 아버지의 '물방울' 이해했죠"

'물방울 화가' 김창열 아들 김오안

다큐영화 공동연출…28일 개봉

"6·25 피의 기억 지우려는 몸부림"

전쟁 상처 겪은 부친의 침묵 탐구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김오안(오른쪽)·브리짓 부이요 감독.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김오안(오른쪽)·브리짓 부이요 감독.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아들은 늘 말수가 적은 아버지의 침묵이 가장 힘들었다. 어릴 때 달마대사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버지는 남들과 조금 다른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다. 그를 이해하려면 특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닿았고, 결과물이 사진가 김오안의 영화감독 데뷔작으로 2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다. 김 감독이 그렇게 이해하고자 했던 아버지는 ‘물방울 화가’ 고(故) 김창열(1929~2021) 화백이다.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한 장면. 김창열 화백은 하루종일 물방울을 그렸다.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한 장면. 김창열 화백은 하루종일 물방울을 그렸다.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김 감독은 “아버님을 둘러싼 역사와 사고방식, 철학 등을 많이 접했지만 좀 더 깊이 알고 싶었다”며 “특히 아버님의 과거를 느끼기 위해서 이 작업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김 화백은 “물방울을 그리는 건 모든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다. 모든 악과 불안을 물로 지우는 거다”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한국전쟁 당시 피의 기억이며 피난길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와중에 홀로 살아남았던 죄책감이다. 그 피와 죄책감을 추상적으로 응축한 게 물방울이다. 김 감독은 “영화를 작업하면서 (아버님의) 전쟁 경험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며 “전쟁의 트라우마가 상당히 피부에 와 닿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본 박서보 화백은 김 감독에게 “다큐라기보다 내 친구 창열이를 보는 느낌”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우환 화백은 김 화백은 물론 동시대 예술가로 최근 세상을 떠난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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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한 장면. 김창열 화백은 하루종일 물방울을 그렸다.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한 장면. 김창열 화백은 하루종일 물방울을 그렸다.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김 감독이 생각하는 물방울의 의미를 묻자, 그는 “그 자체가 특정한 의미가 아니라 여러 가지의 복합체라는 생각이 든다”는 답을 냈다. 물방울에는 불교의 영향도, 전쟁의 트라우마도, 미련의 의미도 다양하게 존재하기에, 어떤 이는 거기서 눈물을 보고, 추상화로 보기도 하며, 차가운 느낌을 읽어내는가 하면 센티멘털해지기도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영화의 관조적 분위기도 인상적으로, 공동연출을 맡은 브리짓 부이요 감독은 “물방울이 떨어졌다가 말라 사라지는 순환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영화도 보였으면 했다”고 말한다. 김 화백이 물방울 그림을 통해 폭력은 물론 그 저항과도 거리를 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작품 속에도 추상적이고 엉뚱한 유머를 넣던 김 화백의 면을 보여주고 싶어 유머러스한 장면도 넣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해’라는 영화의 목적은 얼마나 달성했을까. 김 감독은 “이미 아버지를 이해하고 있었음을 영화를 만들며 깨달았다”며 “몰랐다고 생각한 부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는 아버지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1일부터 성곡미술관에서 동명의 전시도 진행 중이다.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한 장면.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한 장면.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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